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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2.02.15 14:58 수정 2002.02.15 14:58

고재종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그날 새벽에도
요강을 들고 나와
시린 푸성귀밭에
자기의 마지막
따스운 오줌 한 방울까지
철철 부어주고
그는 갔다

그날 따라 하늘은
티 한 점 없이 쟁명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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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은 어찌 보면 참 단순하다. 어머니의 몸을 빌어 왔다가 때가 되면 다시 이미 대지(大地)가 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단순화하여 생각하면 이보다 더 간단한 도식(圖式)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의 삶은 간단치가 않다. 우리의 삶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관심은 종교의 중심 축일 뿐 아니라, 어느 시대에서나 예술의 핵심 주제였다는 것이 그걸 증명한다.
그날 새벽까지만 해도 한 방울의 오줌도 아까워서 푸성귀밭의 거름으로 부어주던 촌로(村老) 한 분이, 마침내 '티 한 점 없이 쟁명'한 하늘로 돌아가는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도 오래도록 낯익은 것이다. 매일 무수한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 무수한 노인들이 돌아가는 모습이 순환하는 삶의 엄숙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시는 그런 삶의 어느 한 순간에 포착된 마지막 풍경이고, 그 중에도 슬프도록 아름다운 한 장면이라면 삶에 대한 지나친 단순화가 될 것인가.....

( 배창환·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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