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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승 수 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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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했었다. 6월 14일에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오스트리아는 국민 직접선거에 의해 대통령을 선출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에게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총리와 회담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에서 의회 해산권, 긴급명령권 등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스트리아는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라고도 한다) 국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판데어벨렌 대통령과도 별도로 회담을 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한국 언론들은 이런 오스트리아의 정치시스템에 대해 소개하기보다는, 기계적으로 ‘총리와도 회담을 하고,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했다’고 보도하는데 그쳤다. 30년 이상 헌법개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정치시스템도 중요한 참고사항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라는 중요한 계기에 단순한 일정보도만 하고 끝낸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한국 언론들은 쿠르츠 총리의 나이가 1986년생이고 35세라는 점에 주목했지만 ‘어떻게 30대에 총리를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에서 30대 총리가 나올 수 있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정치제도적인 요인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제야 만18세 선거권이 보장됐지만, 오스트리아는 만18세는 물론이고 만16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춘 국가이다. 유럽에서도 국가차원에서는 오스트리아가 가장 먼저 만16세 선거권을 도입했다. 2007년부터 만16세로 낮췄으니 벌써 14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여러 번의 선거를 했다. 그런데 ‘부작용이 있으니 다시 만18세로 돌리자’는 논의는 없다. 오히려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만16세 선거권 도입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권뿐만 아니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청소년들이 정당가입을 하고 정치활동을 한다. 정당에는 자율성이 보장된 청년조직들이 활동하며, 그 속에서 청년정치인들이 성장해 나간다.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총리도 국민당이라는 정당의 청년조직 대표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만18세가 되면 피선거권이 있기 때문에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할 수 있다. 그러니 20대 국회의원, 지방의원이 흔하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처럼 '발탁'에 의해 정치권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ㆍ청년조직에서 활동하면서 쌓아온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이에 관계없이 정치경력은 상당하다. 30대 총리라고 해도 최소한 10년 이상 정당활동과 대의정치를 경험한 후에 총리라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그것은 오스트리아 뿐만 아니라, 핀란드, 뉴질랜드 등 젊은 총리들이 국가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점이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선출되면서, 정치의 '세대교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세대교체가 되려면, 만16세 선거권과 만18세 피선거권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부터 해야 한다. 정당가입 연령제한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발탁’이 아닌 ‘자기역량’에 의해 정치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개헌을 하게 된다면, 만40세로 되어 있는 대통령 피선거권 조항도 당연히 없애야 한다.
이런 변화를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청소년, 청년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들에게 참정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불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앞 세대가 저질러놓은 일들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데,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 말이다.
따라서 기득권을 가진 정당과 정치인들이 청년들을 위한답시고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청년들이 스스로 자기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부터 만16세 선거권, 만18세 피선거권을 보장하자. 그것은 지금의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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