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쟁이도 아닌데
아침이면 사라지고 없는 아빠를
행여나 또 놓칠까
끌어안고 지키다
밤 깊어 잠들고 마는 아들녀석
잠이 깰까
도둑처럼 더듬거려 나오다가
안렁!
잠 깸 세 살 박이
고사리 손
지지 않는 별을 배경에 두고
서둘러 가는 새벽 공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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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은 노동자 시인이다. 노동자 시인은 아이에게 마술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언제 나 잡아도 놓치고 또 잡아도 놓치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아빠와의 숨바꼭질. 그 숨 바꼭질은 언제나 술래가 바뀌지 않는 슬픈 놀이다. 아들을 재워놓고, 쥐고 있는 고사리 손을 살짝 빼서, 별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사장으로 나가는 시인의 뒷모습은 무겁다. 안렁, 안렁!
세계화의 뒤안길에서 잊혀진 사람들, 모두가 곤히 잠들어 있을 때 깨어 새벽 공사장으 로 발길을 놓는 노동자들의 아이에게 아침은 텅 비어 있다. 이 슬픈 그리움이 훗날 아이 를 혹 시인으로 만들지나 않을까...... 그러면 시인도 가난처럼 유전인가?
(배창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