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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입 5천억 '성주참외 50년사' 새로운 도약 ④ / 런던의 수직농업 '그로잉 언더그라운드' 도심 지하 33m 은밀한 채소농장

신영숙 기자 입력 2022.10.17 12:50 수정 2022.10.19 12:50

성주참외 재배 50년이 되는 2020년을 '성주참외의 해'로 지정한 성주군은 브랜드 리뉴얼 및 참외 재배 50년사 기록 등 참외 주산지로써의 위상을 재정립했다. 성주참외 50년사에 발맞춰 본지는 영국의 수직농장 및 프랑스의 그린투어리즘 등 국내외 농업농촌의 선진사례 보도를 통해 성주참외의 미래비전과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본다.【편집자 주】


▷ 1회 성주참외 50년사 의미와 과제
▷ 2회 전남 완주군 '두레농장'
▷ 3회 경북 청송군 '해뜨는농장'
▶ 4회 영국 그로잉 언더그라운드 '수직농장'
▷ 5회 프랑스 뷔나쥬팜 '그린투어리즘'
▷ 6회 참외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약

↑↑ 연보라색 LED 램프가 24시간 내내 켜져 있는 수직농장 내부. 실내온도는 항상 섭씨 20도를 유지해야 한다.
ⓒ 성주신문

↑↑ 영국의 수직농장 그로잉 언더그라운드의 매니저 로라 리고와 본지 최성고 대표, 영국 현지 통역관 윤태영씨
ⓒ 성주신문




"모든 제품은 씻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을 만큼 깨끗하고 싱싱하며, 무엇보다 소비지 근처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배송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수경재배 스마트팜 전문기업이자 영국 수직농장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그로잉 언더그라운드(Growing Underground, 이하 그로잉)'의 뉴비즈니스 매니저인 로라 리고(LAURA RIGO) 씨의 말이다.

연중 내내 보라색 LED 램프가 켜져 있는 그로잉에서는 순무, 상추, 겨자, 마늘, 부추, 고수 등 40여종의 어린 채소를 재배해 출시하고 있다. 모든 제품은 6cm를 넘지 않으며 주로 샐러드용이다.

'제3의 녹색혁명'이라 불리는 수직농업은 넓은 재배면적을 요하는 기존의 농업 방식에서 벗어나, 좁은 공간을 활용해 농장을 수직으로 증축하고 인공조명과 기후제어 기술을 사용해 원하는 재배환경을 구현하는 실내 농업이다.

전세계적인 산업화로 농경지 면적은 줄고 인구는 늘어나는 가운데 영국과 미국 등지에선 경제적이면서 지속가능한 농업방식으로 수직농업(Vertical farming)이 인정받으며 대규모 투자 유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런던을 중심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에서, 넓은 땅이 필요 없는 농업의 대안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런던에 있는 수직농장인 그로잉 언더그라운드는 도심에 있는 지하철역 '클래펌커먼' 옆 지하 33m에 위치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공습을 피해 방공호로 사용했던 1천800여평 공간에 첨단 농업기술을 접목시켜 2014년 식물공장으로 조성했다.

그로잉은 제품 생산 외에 영국 내 캠브리지대학 등과 MOU를 맺고 연구 목적의 협력시설로 정부 지원을 받으며, 영국의 미래농업 연구기관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생 및 농업기관을 상대로 주1회씩 수직농장 내 투어도 유료로 진행한다. 실내는 가능한 한 예전 시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좁고 어두운 180여 계단을 걸어서 내려가거나, 둔탁한 엘리베이터로 지하 33m를 내려간다는 자체로 신비롭고 궁금하기 짝이 없는 투어임에 틀림이 없다.

↑↑ 지하 33m를 오가는 승강기는 안전을 위해 쇠창살이 겹겹이 둘러져 있다.
ⓒ 성주신문

↑↑ 수직농장 입장을 위해 방역복과 장화를 착용한 취재진
ⓒ 성주신문



농장내 모든 제품은 6cm 이하 수확
생육환경 통제로 생산성 대폭 증가


수직농장에 입장하기 위한 사전 준비도 철저하다. 코로나19 관련 개인정보 및 신체 증상에 관한 설문 작성과 함께, 소독액으로 손을 세척하고, 방역복과 무릎까지 오는 장화로 바꿔 신고서야 입장할 수 있다.
 
그로잉 내 모든 제품의 수확은 6cm가 되기 전인 10일을 넘기지 않는다. 실내온도는 항상 섭씨 20도를 유지하며 빛, 산소량, 물, 영양분 등 모든 환경을 정교하게 통제해 기존 온실보다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린다.

자체 개발한 특수 수경재배 시스템으로 기존 시스템에 비해 물 사용량은 70% 이상 줄이고, 햇빛 대신 LED등을 사용해 광합성을 시키며 폐수와 이산화탄소 배출도 혁신적으로 줄였다.

또한 실내재배이기 때문에 장마와 태풍 등 기후문제로 인한 농작물 훼손의 피해로부터 자유로워 연중 생산이 가능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친환경 농산물'이란 소비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채소 제품을 패키지에 담아 인근 레스토랑이나 가정집에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 수직농장에서 재배한 어린 새싹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매니저 로라 리고 씨
ⓒ 성주신문


로라 리고 씨는 "그로잉은 생육환경을 다양하게 조절해 개별업체들이 원하는 맞춤형 제품 생산으로 런던 시민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다"며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농법인 수직농업은 고속, 청정, 계획적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한 시점에서 적합한 농법으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및 배달산업 확산과 유기농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신선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수요를 크게 증가시켰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에서의 식품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식품 공급 사슬을 영국 내에 구축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수직농업의 성장 가능성도 유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 소비되는 식품 중 약 46%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1999년 수직농업방식을 처음 제시한 콜롬비아대학 교수인 딕슨 데스포미어는 "수직농장은 공해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로 기상이변의 영향 없이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며 "30층 규모의 빌딩농장이 5만명의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농업계에 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미래 농업 대안으로 '수직농업' 부상
식량 및 기후 글로벌 위기 대비해야


그러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직농업이 안고 있는 난제는 여전히 부지기수이다. 재배시설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데다 도심의 비싼 땅값 및 운영비 감당도 쉽지 않다.

현재 영국에는 그로잉 언더그라운드 외에 존스푸드, 크레이트 투 플레이트, 레터스 그로우, 그로우업과 같은 다수의 수직농업 기업이 있다. 아직은 벽이 높아 개인 투자자의 진입이 많지 않다고 한다.

지난 6월에는 영국 글로스터셔에 세계 최대규모의 수직농장 JFC2가 개장했다. JFC2의 재배면적은 약 4천159평으로, 테니스 코트 96개 크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해당 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을 통해 10년 안에 베리류 등 일부 과일 및 허브, 샐러드의 자급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도 팜에이트, 인성테크, 카스트엔지니어링 등 40여개 수직농장 업체가 있다.

평택에 위치한 팜에이트는 샐러드 제조업을 중심으로 식물 재배, 제조, 유통을 연계해서 판매와 공급과정을 단일화했다. 현재 상도역, 답십리역점이 운영 중이다.

이처럼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낡고 고리타분해 보이는 농·수·축산업에 인재와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추세이다.

2050년에는 세계인구가 9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인구 증가를 감안하면 2050년까지 지금보다 식량을 70% 증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후변화, 산업화 등의 영향으로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경지는 계속 줄고 있다.

첨단기술을 결합해 도심 건물 안에서 수경 재배가 가능한 수직농장이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우리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스마트팜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신영숙·최성고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습니다.


↑↑ 취재를 마친 후 그로잉 언더그라운드 입구에서 단체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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