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참외 재배 50년이 되는 2020년을 '성주참외의 해'로 지정한 성주군은 브랜드 리뉴얼 및 참외 재배 50년사 기록 등 참외 주산지로써의 위상을 재정립했다. 성주참외 50년사에 발맞춰 본지는 영국의 수직농장 및 프랑스의 그린투어리즘 등 국내외 농업농촌의 선진사례 보도를 통해 성주참외의 미래비전과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본다.【편집자 주】
▷ 1회 성주참외 50년사 의미와 과제
▷ 2회 전남 완주군 '두레농장'
▷ 3회 경북 청송군 '해뜨는농장'
▷ 4회 영국 그로잉 언더그라운드 '수직농장'
▶ 5회 프랑스 뷔나쥬팜 '그린투어리즘'
▷ 6회 참외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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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부 릴(lile)에서 다시 북쪽으로 20여km를 달리다 보면, 주변이 시골 풍경으로 바뀌면서 곳곳에 젖소들이 풀을 뜯고, 끝없이 펼쳐지는 너른 들판 한가운데에 아담한 건물의 '뷔나쥬팜'이 보인다.
뷔나쥬팜(La Ferme du Vinage) 농장은 농업강국인 프랑스 내에서도 그린투어리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1977년 꾸브레르 씨가 이곳 노흐빠드깔레 지역에 정착한 뒤 9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꾸브레르 씨와 남편 미셸 씨, 파리 소재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한 딸 까뻴 씨를 중심으로 12명의 직원들이 함께 농장을 운영한다.
집을 중심으로 40ha에 달하는 거대한 밭에 각종 채소, 과일, 곡물 등을 재배하며, 20ha의 방목지에선 젖소들이 여유롭게 쉬며 풀을 뜯는다.
뷔나쥬팜의 하루 일과는 65마리의 젖소들과 함께 시작된다. 치즈, 버터 등 우유로 만든 다양한 식품들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주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농장이지만 청결한 환경과 좋은 장비를 갖춘 시스템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질 좋은 우유를 생산하도록 1일 3회 이상 젖을 짜지 못하게 하는 자동인식 시스템과, 축산분뇨나 각종 오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도록 정수시스템이 구비돼 있다.
방문객에게 축사에서 우유 짜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별도로 마련된 프리젠테이션 장소에서는 관련 정보를 소개하는 교육환경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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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대째 가업 승계 '연중무휴' 열정 가득
농장 대표 품목은 치즈·버터 등 유제품
뷔나쥬팜을 중심으로 마을주민이 공동운영하는 판매장에서는 각종 농산물을 비롯해 대표품목인 치즈와 버터 등 가공식품, 풍부한 향과 깊은 맛으로 정평이 나있는 프랑스 와인, 신선한 육류 등 마을에서 자체 생산한 모든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
공동판매장의 매니저인 노에미 데부세레(Noemie Deboosere) 씨는 "우리 농장 공동판매장은 마을주민과의 협력에 중점을 둔다"며 "과거에는 농가와 농가간 거래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소비문화가 많이 변해서 좋은 물건을 마련해놓고 손님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마을주민과 함께 매장을 운영하면 주민이 생산한 다양한 식품도 진열장에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만족도 커지고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고 판매전략을 밝혔다.
파리, 마르세이유, 리옹과 함께 프랑스 4대 도시 중 하나인 릴이 인접해 도심 방문객이 많으며, 벨기에와 접경지역에 위치해 벨기에 주민도 종종 찾아온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부슬부슬 비가 오는 와중에 농장 체험을 위해 방문한 30여명의 어린이 방문객으로 부산스러웠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이들은 치즈 만들기, 토마토케첩 만들기 등을 체험하고 있었다.
농장체험 외에 어린이들을 위한 생일파티, 각종 단체나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장소 대여, 피크닉 도시락 주문 등 세심한 부분까지 프로그램화 해서 챙긴다.
뷔나쥬팜은 단일 농장으로 연간 3만여명이 방문하며, 매출액은 100만 유로(한화 14억원)에 달한다.
프랑스는 1924년 일찍이 농업·농촌 부흥을 위해 '비앙브뉘 알라페름므'란 농업회의소를 출범시켰다. 농민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통로이자 프랑스 제1의 농업네트워크이다. 뷔나쥬팜 농장도 알라페름므 협회 회원사 농장이다.
농업회의소는 전국 94개 지역의 농업인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탄탄한 조직체계를 바탕으로 한다. 개별농가가 이 단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검증 항목에 맞춰 각 지자체 농업개발부에 등록해야 한다. 협회에 가입한 농장들은 우수농장으로 공인된 만큼, 프랑스 전역에 투명하게 오픈되며, 전 국민이 알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지나친 농촌 개발은 반감 불러올 수도
자연에서의 '쉼과 안정' 요구에 초점
세계 최고의 관광대국 프랑스. 매년 8억명이 넘는 세계인이 휴가를 즐기는 곳, 코로나19 전까지는 관광수입만해도 연 4백억 유로(한화 약 696조)에 달한다.
문화관광적 자원이 풍부한 프랑스의 또 다른 막강한 경쟁력은 바로 '농업'이다. 프랑스는 농업생산량과 농경지면적 규모에서 유럽연합(EU)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농업기반이 잘 갖춰진 나라다.
전체 농경지 면적은 약 2천700만ha로 프랑스 영토의 54%를 차지한다. 농업 인구는 약 9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이다. 주요 농산물은 밀·보리·옥수수·감자·사탕무·포도주·낙농제품 등이며, 사탕무와 포도주 생산은 세계 1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농촌 현실이 그렇듯 일손 부족, 농촌의 고령화, 기계화 등에 따른 문제는 농업 강국 프랑스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경쟁에서 밀린 작은 농장들은 도태되고 뷔나쥬팜처럼 대규모 경작을 하는 농장들이 늘었다.
이와 동시에, 농촌의 전원과 농업에 국민관광을 융합하는 이른바 농촌관광(Green Tourism)이 농촌을 살리고 업그레이드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가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농가소득 증대 및 농촌환경 보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그린투어리즘 정책을 펴왔다.
그린투어리즘은 녹음이 짙은 전원관광을 '녹색관광'이라 부르며 프랑스에서 최초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농촌의 자연경관과 전통문화, 생활을 매개로 도시민과 농촌주민간 교류 형태로 추진되는 체류형 여가활동에 중점을 둔다.
뷔나쥬팜 농장 체험을 담당하고 있는 장 마리(Jean-Marie) 씨는 "녹색관광을 위한 과도한 농촌 개발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꾸미지 않은 농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농장만 하더라도 유제품 가공시설 외에는 현대적인 것이 별로 없다. 집 밖을 나가면 온통 들판뿐이다. 관광객들이 농촌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함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요소들이 더 크게 부각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농업을 살려 사람들이 농촌마을에 머물게 하고 그런 기반 위에서 농업의 서비스화를 통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체류하게 하는 것, 이것이 녹색관광이다. 관광소득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고 지역주민의 호주머니로 바로 전달되는 지역사회와의 통합성 때문에 녹색관광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크다.
신영숙·최성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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