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종 동 성주신문 시니어기자단(성실회) 前 회장, 수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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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bucket list)의 사전적 의미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말한다. 버킷(bucket)이라는 명사는 건설 기중기의 끝에 붙어 있어 흙이나 모래, 자갈 따위를 퍼 올리는 통을 말하고, 리스트(list)는 물품이나 사람 이름 따위를 일정한 순으로 나열해 놓은 합성어가 버킷리스트(bucket list)이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 kick the Bucket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중세시대 자살자가 목에 밧줄을 감고 디딤돌에 올라선 후 스스로 양동이를 발로 차버리는 행위에서 유래되었다고 기록에서 전한다.
나는 인간이 태어나서 살다가 마지막에 추한 죽음이 아닌 품위 있고 존엄한 마무리라는 웰다잉(Well-dying)지도자 과정을 수료해 노인대학 등에서 여러 차례 강의를 한바 있다. 당시 수강생들이 공감하는바 커서 보람을 느꼈다. 아마도 인간이 태어나면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당시 웰다잉(Well-dying) 교육과정 가운데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쓰기' 수업시간이 있었다. 그 때 나는 버킷리스트(bucket list)가 왜 죽음 직전에 하고 싶은 일일까에 의문을 가졌다. 차라리 죽음 직전이 아닌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아니면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 등으로 표현하면 어떨까도 생각해봤다.
'결국엔, 자기발견' 이라는 책을 쓴 최호진 저자는 버킷리스트를 '1년 안에 하고 싶은 것을 쓰자'라고 제안한바 있다. 저자는 죽음 직전이 아닌 1년이라는 시차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쓰려니 살아온 과거를 반추해 봐야 하겠기에 뒤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살아온 세월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아등바등'이라고 해야겠다. 즉 실속없이 어떤 일을 하던지 아등바등하면서 늘 바쁘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20여년전 회갑 무렵 그때까지 내가 살아온 궤적을 더듬어보니 한마디로 '산전수전'에다 공중전까지 겪으며 산 것 같다. 내 사업과 직장 등 넘나든 20여 번의 궤적이 마음속에 부끄럽게 각인된 내 생애의 아킬레스건이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아이들에게 나처럼 살면 안 된다고 반면교사용으로 회갑 무렵 책을 한 권 썼다. 일러 '삶이 녹녹치 않더라'이다.
그 후 20여년을 언론에 종사했다. 그러다 지난해 8순을 맞아 '현역으로 80년, 나를 찾아서' 자서전을 겸한 문집 한 권을 펴냈고, 때마침 건강에 이상신호가 발견되어 지난해 말 80년을 꽉 채우고 현직에서 퇴임했다.
내가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수명까지 산다고 해도 앞으로 길어야 4~5년인데, 병마가 찾아왔으니 이제는 남은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다. 흔히 하는 말로 '80이면 지금 죽어도 호상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생에 대한 애착은 없고 마음 비운지 오래다. 다만 남은 가족에게 임종 시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생을 마감하겠다는 것이 최고의 희망사항이고 바램이다. 그래서 이제는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생각할 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크게 실속은 없었지만 옆 돌아볼 새도 없이 항시 바쁘게만 살아온 것은 사실이다. 지금 세계는 200여개가 넘는 국가가 있다. 수많은 나라 가운데 내가 가 본 나라는 다섯 손가락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못 가본 이름난 명승지가 많지만, 세계 여행이 첫 번째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이다. 요즘 TV프로그램 중에 '세계태마기행'이나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로에서 세계 각국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여행자들이 나를 더욱 충동했고 또 자극하고 있어서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1순위에 올렸다. 다만 건강이 받쳐 줄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두 번째 버킷리스트(bucket list)는 늦었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알아가고 싶은 충동이 마음속에 불쑥불쑥 일고 있다. 불확실하고 길지 않는 여생이지만 아무런 의미 없이 허송세월하는 것 보다는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것도 뜻 있을 것 같아서이다.
나는 몇 개월 전 산책을 하던 중 어떤 기독교 신자로부터 종교단체에서 갖는 세미나 행사 참석을 권유 받았다. 불문곡직하고 어떤 내용인지 호기심에 참석했었다. 세미나 내용은 성경 가운데 중요한 구절을 발췌해 소개했는데, 내가 공부했던 웰다잉(Well-dying)지도자 과정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전혀 생소하지가 않아서 흥미 있게 듣고 왔다. 그 후 센터에서 그 단체가 주관하는 성경을 교재로 100일 과정 '새로운 학교'를 개강 한다기에 등록하여 현재 수강하고 있다.
비신자들은 교회 얘기나 성경이라면 혹여 비판적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수강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인생 말년에 종교에 푹 빠진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아니었고, 초심대로 새로운 분야를 좀 알고 싶어서가 그 이유다.
수업에 참가하고 강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들을 하나씩 알게 되었다. 성경은 구약 39권과 신약 27권 등 모두 66권으로 나눠져 있다는 것과 우리나라만 해도 기독교에 종파가 많지만 성경은 세계 공통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성경이 전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많이 읽히는 베스트셀러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인간이 살면서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반면에 성경에서 전하는 진리를 따르면 그에 합당한 대가가 돌아온다는 것도 알게 했다. 또한 죽음에도 육적인 죽음과 영적인 죽음 두 가지로 구분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았다.
뒤늦게 새로운 세계를 알아보자는 초심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름으로 보람이기도 하여 세계여행에 이어 성경공부를 두 번째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