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장 렬 베를린 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 |
ⓒ 성주신문 |
좋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언론학자들이 나름대로 이를 정의하고, 언론사가 이러한 기능을 얼마나 수행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저널리즘을 구분하는 것은 저널리즘에 대한 요구와 기대를 총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의미나 경계가 고정될 수 없습니다. 또 여러 차원에서 저널리즘의 활동이나 현상을 분석할 수 있어서 그 방식과 기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연구와 그 기준을 찾는 시도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저널리즘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환경 변화를 감시하고 그에 대응할 방안을 제안합니다. 또 사회적 갈등을 발견해서 의제를 제시하고, 갈등 조정을 위한 대화의 장을 제공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각 영역을 연결해 상호의존과 공동이익을 구현합니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은 지리적, 물리적 집합 공동체를 만듭니다. 그래서 좋은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좋은 저널리즘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쓸만한 물건이나 좋은 것을 사용가치의 개념에서 설명합니다. 사용가치란 사람이 만드는 모든 물건에 포함된 유용성이나 필요, 즉 쓸모를 말합니다. 그래서 쓸모있는 뉴스 상품이란 높은 사용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쓸만하다는 특성 때문에 시장에서 이들은 거래되기가 쉽고, 때로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건의 유용성, 즉 필요의 정도란 모든 사람에게 다릅니다. 나한테 중요하고 좋은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품 시장에서 물건의 사용가치가 인위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좋은 뉴스와 덜 좋은 뉴스를 시장에서 결정하고, 또 이들은 비싸게 판매까지 됩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은 상품의 사용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쓸만한 물건이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문명의 혜택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유용성이라는 사용가치를 소비자인 사용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마케팅 전략으로 설계된 알고리즘에 의해 선별,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즉 내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는 게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받아 보게 됩니다.
알고리즘은 기업에 상품의 노출 빈도를 높여 광고와 같은 영업이익에 충실하도록 설계됩니다. 이런 구조에서 상품의 사용가치는 시장에서 높은 영향력을 가진 기업에 의해 좌우됩니다. 실제로 우리는 쿠팡에서 쇼핑하고,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보고, 네이버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주목경제, 네트워크 효과 또는 독점이라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독점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에 쉽게 노출되고, 알고리즘 밖의 세상을 볼 수 없으며, 또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 주목하는 소비행태입니다.
상품의 유용성을 소비자가 아닌 기업, 즉 권력 지배자가 판단하는 구조는 정치 분야에서도 확인됩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와 같은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한 번 더 대선에서 승리가 예견됩니다. 미국 CBS방송사 대표는 어느 공식적인 자리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에는 좋지 않지만, CBS에는 좋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미디어 독점기업 몇 개가 여론을 지배하고, 나라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좋은 저널리즘, 쓸만한 물건, 유용한 정치인을 소비자인 일반 대중이 선택, 구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소수의 지배권력자가 상품 유통을 결정하고 나라를 지배합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람이 만드는 모든 물건이 시장의 논리에 의해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추천 알고리즘이 부정적인 기능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시 말해, 사용가치가 높은 뉴스가 디지털 환경에서 협력, 공유, 공개의 방식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유용한 물건을 비상업적인 방식으로도 생산, 분배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 언론과 같은 공동체 미디어가 뉴스의 사용가치를 상품화하지 않고, 공동체 공간에서 공동체를 위해 활용되는 것입니다. 공동체가 스스로 물건의 사용가치를 결정하고 이를 함께 만들어 사용하는 방식은 좋은 저널리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