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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격에서 국격으로, 국가 품격의 기준을 묻다 - 석종출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5.08.26 09:38 수정 2025.08.26 09:38

↑↑ 석 종 출 2.28 민주운동 기념사업회 이사
ⓒ 성주신문

 

사람이든 제도든 바른 기준이 있어야 한다. 동양에서 예로부터 말하는 '구격(矩格)'은 그 기준을 뜻한다. 구(矩)는 곧은자를 말하여 바름의 상징이요, 격(格)은 형식과 법도를 의미한다. 곧 구격이란 한 사회가 지켜야 할 올바른 규범과 틀을 가리킨다. 작은 일에서 큰 제도에 이르기까지 구격을 잃으면 무질서가 생기고, 신뢰가 무너지며, 혼란이 뒤따른다.

이 개념을 국가적 차원으로 확장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국격(國格)'이라는 화두에 이른다. 국격은 한 나라가 국제사회와 자국민에게 보여주는 품격과 위상을 말한다. 여기에도 구격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즉, 국격은 추상적인 수사가 아니라, 일정한 기준과 규범을 지켜내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첫째, 국격은 내부적 구격 준수에서 나온다. 헌법과 법률, 민주적 절차와 법치주의를 존중하는가가 그 출발점이다. 법이 살아 있고, 제도가 공정하게 작동하며, 국민 누구나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받을 때, 국격은 단단히 서게 된다. 독재나 권력 남용으로 법이 훼손되는 순간, 국격은 빠르게 추락한다.

둘째, 국격은 국제적 구격을 지키는가에 달려 있다. 오늘날 세계는 국제법, 인권, 평화, 환경 보호 등 보편적 규범을 공유한다. 이를 성실히 준수하는 국가는 신뢰받지만, 이를 무시하거나 자국 이익만 좇는 국가는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이미지가 실추된다. 한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힘은 군사력 못지않게 규범 준수에서 비롯된다.

셋째, 국격은 문화적·도덕적 구격을 통해 드러난다. 국민의 시민의식, 사회적 신뢰, 공적 질서를 지키는 태도는 한 나라의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의 질서, 공공장소에서의 배려, 작은 규칙을 존중하는 문화는 국가의 얼굴이 된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아무리 강대해도, 기본적 예절과 도덕성이 무너지면 국격은 흔들린다.

넷째, 국격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균형에서 완성된다. 경제력과 과학기술, 국방력 같은 실질적 힘은 국가의 생존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약자를 돌보고, 정의를 지향하며, 문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할 때 비로소 국격은 한층 고양된다. 힘의 크기보다 힘을 사용하는 방식이 국격을 결정한다는 말은 그래서 옳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눈부신 발전 속에서도 국격을 묻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규모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정치의 양극화, 사회적 불신, 공적 규범의 훼손은 국격을 깎아내리는 요인이다. 대외적으로는 국제 규범을 존중하고 선도하는 모습이 필요하며, 대내적으로는 법과 정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확립해야 한다. 이것이 구격을 바로 세워 국격을 높이는 길이다.

결국 국격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하는 구격의 연속이다. 작은 규범을 존중하고, 법과 절차를 바르게 지키며, 정의와 배려를 생활화하는 것. 그 속에서 개인의 구격이 모여 국가의 국격을 만든다. 한 나라의 진정한 품격은 탑처럼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 올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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