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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천초등학교 교사 홍희진 |
ⓒ 성주신문 |
속담은 과연 누가 그런 말을 만들어 내었을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전해 내려왔습니다.
먼 옛날, 민들레 한 송이가 꽃을 피우고 씨를 날려 멀리 퍼지고, 다시 싹을 틔워 꽃을 피운 오랜 세월처럼, 속담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지요. 속담이 그 오랜 세월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진솔한 삶의 지혜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담에는 세상살이에 관한 것들이 많습니다. 오랜 세월 사람과 사람이 서로 부대끼고 살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 속담으로 전해지게 된 셈이지요.
그 경험들에는 과학 지식도 포함됩니다. 자연현상을 꼼꼼히, 그리고 오랜 세월 관찰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과학 지식이 속담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지요. 과학의 출발은 모든 자연현상들에 관심을 가지고 꼼꼼하게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니 떨어지는 빗방울, 길가의 돌멩이 하나 허투루 보지 않았던 조상들의 지혜는 속담이라는 짧고 간결한 문장 속에 담겨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나아가 거대한 우주의 원리까지 관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속담 속에 숨어 있는 삶의 지혜를 배우는 동안 과학 원리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또 과학적 원리가 숨은 속담 중에는 특히 기후와 연관된 것이 많은데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우리 조상의 관심이 날씨에 집중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함께 재미있는 속담 속 과학원리를 찾아볼까요?
‘마구간 냄새가 고약하면 비가 온다.’는 속담은 저기압일 때 비가 온다는 원리가 담긴 속담입니다. 기압은 하늘에서 누르는 공기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기압이면 위에서 누르는 공기의 압력이 작다는 뜻으로 저기압이 되면 땅이 뜨겁게 달구어져 생긴 상승기류를 누르는 힘이 약해서 더운 공기가 높이 올라가 모이게 되고 구름을 만들게 된답니다.
이렇게 저기압이 되면 비 올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또 저기압이면 공기를 누르는 힘이 약하니까 냄새 분자들도 공기 중에 쉽게 돌아다니게 되어 고약한 냄새도 퍼지게 되지요.
즉, 마구간 냄새가 심하게 날수록 저기압이라는 뜻이니 비올 확률은 자연히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온다.’는 속담에는 습도가 높을 때 비가 온다는 원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사람도 비가 오기 전 공기가 축축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동물이나 곤충들은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지요. 때문에 습도가 높아지면 벌레들은 비를 피할 준비를 하기 위해 나뭇잎 등을 찾아 이동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벌레를 잡아먹는 제비는 낮게 날아야 하는 것이지요. 벌레야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평소 하늘을 높게 날던 제비는 쉽게 눈에 띄기에 이런 속담이 생긴 것입니다.
‘바늘구멍 황소바람’이라는 속담은 ‘베르누이의 정리’라는 이름으로 정리된 간단하면서도 아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과학 원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중창이 있어서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매서운 겨울 바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예전 이중창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았던 건물들은 겨울 채비를 할 때 두꺼운 테이프나 스펀지 테이프로 창문과 창틀 사이를 막는 답니다. 이러한 이유는 작은 틈만 보인다면 그 틈을 비집고 매서운 겨울 칼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지요.
‘바늘구멍 황소바람’이라는 속담은 겨울철 바늘 귀 같은 작은 구멍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일지라도 황소처럼 성난 바람이 불어 닥친다는 의미로 구멍 난 문풍지를 제대로 막을 형편도 안돼 추운 겨울을 나기 힘들었던 서민의 힘든 삶을 드러내고 있지요. 하지만 속담의 이러한 뜻과는 별개로 실제 바늘구멍처럼 작은 구멍으로 부는 바람은 활짝 열린 창으로 부는 바람보다 훨씬 거세게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1738년 발표된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르면 유체(흐를 수 있는 물질)는 좁은 통로를 지날 때 속력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넓은 통로를 지나던 물질의 알갱이 (분자)가 좁은 통로로 들어서면서 부딪히는 횟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속력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좁은 통로에서 부딪히면 속력이 느려지는데 분자들은 오히려 부딪혀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속력이 증가한다니 참 재미있지요? 이렇게 속력은 유체가 지나는 통로의 넓이에 반비례하니, 활짝 열린 창에 부는 바람보다 바늘구멍 바람이 빠른 것이 당연한 것이 되겠지요.
오늘날 베르누이의 정리는 분무기에서부터 유압프레스, 그리고 비행기 날개까지 아주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답니다. 만약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부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한 조상이 있었다면 우리나라가 훨씬 일찍 과학강국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또 건강과 의학에 관련된 속담도 많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건강은 변치 않는 사람들의 관심인 것과 같지요. 이중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속담은 우리 조상들이 간이 소화기관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많이 먹으면 불러오는 것은 ‘위’인데 ‘간’에 음식이 들어왔다는 기별(소식)도 들리지 않는다니, ‘위에 기별도 안 긴다.’라고 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친구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간은 쓸개즙을 분비해 지방의 소화를 돕고, 소장에서 흡수한 모든 영양분을 해독·가공해 심장으로 전달한답니다.
또 건강·의학 관련 속담 중에 ‘적게 쓰면 약, 많이 쓰면 독’이라는 말은 사실 대부분의 음식과 약에 적용되지만 현대과학에는 이 속담에 꼭 맞는 재미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톡스’입니다. ‘보톡스'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친구들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TV를 보면 많은 연예인들이 젊어 보이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럼 ’보톡스‘란 과연 무엇일까요? ’보톡스‘ 일종의 독입니다. 보툴리누스균이라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는 매우 강력해 신경과 근육을 마비시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독소를 수십만배 희석시켜 약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주 적은 양을 사용하면 부분적으로 근육을 마비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눈 주위 근육에 놓아서 사시(斜視: 눈동자가 목표물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다른 곳을 향하는 증상)를 치료하는데 쓰였고, 안면 경련,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굳는 증상 등 신경이상으로 인한 경련치료에 쓰였습니다. 그러나 치료를 하던 의사들은 근육이상 외에도 주름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미용을 목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요. 그야말로 ‘많이 쓰면 독이지만, 적게 쓰면 약’인 것입니다.
속담 중에는 물리·화학의 원리를 설명해주는 것도 있습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은 파동의 굴절에 대한 원리를 담고 있지요. 음파는 매질을 통과할 때 밀도의 차이에 따라 다른 속도를 가지게 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선생님이 맨 뒤의 학생에게 사탕을 하나 건네주려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선생님이 직접 걸어가서 주는 것이 아니라 맨 앞의 학생에게 주어서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여 주는 방법이 바로 소리가 이동하는 방법이에요. 소리는 공기를 이루고 있는 산소, 수소, 이산화탄소, 질소 등의 알갱이들을 거치고 거쳐서 전달되지요. 그래서 우주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우주는 공기가 없는 진공상태기 때문에 전달해줄 물질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학생들이 적당히 띄엄띄엄 앉아서 사탕을 전달해주는 것이 빠를까요,
아니면 많은 학생들이 빽빽하게 앉아서 한명 한명을 거쳐 사탕을 전달해 주는 것이 빠를까요? 물론 적당한 간격을 두고 있는 것이 훨씬 빨리 전달되겠지요. 소리도 중간에 전달해주는 물질(매질)이 빽빽한 것 보다는 성긴 것이 전달 속도가 빠르답니다. 즉 밀도가 낮을수록 음파의 전달속도가 빠르고, 반대로 밀도가 높을수록 음파의 전달속도는 느려지는 것입니다.
낮에는 태양열을 받아 지표면 근처의 공기는 뜨거워지고 상공의 공기는 상대적으로 차갑지요. 기체는 온도가 높을수록 부피가 커지므로 지표면의 공기의 밀도는 낮고, 상공은 높게 됩니다. 따라서 낮에 소리를 지르면 음파가 상공 쪽으로 휘어 새가 듣기 좋게 되는 것이지요. 밤에는 반대로 지표면이 온도가 낮고, 상공이 상대적으로 따뜻해 음파가 지면 쪽으로 휘어 쥐가 듣기 좋게 되는 것입니다.
또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은 물질의 열전달에 대한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발이 얼었을 때 따뜻하게 하기 위해 오줌을 누면 잠시 따뜻하겠지만, 이내 오줌이 얼어붙어 오줌 누기 전보다 훨씬 더 춥게 되지요. 즉 이 속담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는 행동의 어리석음을 가리켜 생겨난 것입니다. 그런데 왜 맨발보다 오줌 묻은 발이 더 추울까요?
이것은 기체보다 액체가 열전달을 더 빨리하기 때문입니다. 공기가 아무리 차가와도 기체는 발에 냉기를 전달하는 속도가 늦습니다. 반면 액체는 기체보다 수백 배 빠르게 냉기를 전달하지요. 이 때문에 잠시 따뜻했던 발은 이내 온기를 잃고 오히려 차가운 냉기가 엄습하게 됩니다. 때문에 겨울철 젖은 발로 다니면 쉽게 동상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봄볕은 며느리 쬐이고 가을볕은 딸 쪼인다.’라는 속담은 아무래도 자신의 친 자식을 아낄 수밖에 없는 사람의 마음을 잘 나타내는 속담이지요. 아무래도 봄볕이 가을볕보다 더 따갑고 피부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딸과 며느리에 빗대어 이런 말이 생겨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자외선과 적외선에 관한 과학 원리가 숨어있답니다.
햇볕은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줍니다. 햇볕은 자외선과 적외선을 포함하고 있는데, 우선 적외선은 몸의 면역 기능을 강화시켜주고 상처가 빨리 낫도록 돕습니다. 햇빛을 받으면 피부의 말초혈관이 확장돼 혈액 공급이 원활해지기 때문에 혈액 속의 백혈구들의 기능이 활발해지기 때문이지요. 또 상처 부위의 통증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병원에서도 상처 치료에 적외선 치료기를 사용합니다.
기미, 주근깨와 주름뿐만 아니라 피부암까지 유발하여 피해야 할 것으로 알려진 자외선도 우리 신체에 없어서는 안 될 긍정적인 기능을 합니다. 비타민D 생성이 그것이지요. 피부 세포는 햇빛 아래서 콜레스테롤을 이용해 비타민D를 생성하는데, 비타민D는 식품으로 섭취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햇빛이 더욱 소중합니다. 이
렇게 만들어진 비타민D는 체내의 칼슘과 인을 흡수, 혈액 속에 보관해서 뼈를 튼튼하게 만들기 때문에 햇빛만 쬐어도 칼슘 흡수율은 15%나 증가합니다. 칼슘 함유 식품을 많이 먹어도 소화를 도와줄 비타민D가 없으면 소용없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자외선은 꼭 필요하지만 피부를 거칠게 하고 노화를 촉진시켜서 가급적 치부에 직접 노출하는 것은 피해야합니다. 시어머니가 봄볕을 며느리에게 양보한 것도 봄볕에는 적외선 보다 자외선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봄볕은 가을볕에 비해서 햇빛이 내리쬐는 양이 20%정도 많은데 자외선을 막아주는 습도 또한 봄볕이 훨씬 적어서 더욱 햇빛이 강하지요. 게다가 겨우내 약해진 피부가 봄볕에 노출되면 훨씬 따갑게 느껴지고 피부손상도 많이 일으키게 되는 것이랍니다.
참고: www.scent.ndsl.kr KISTI 과학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