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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부락을 찾아서-선남면 동암2리

정미정 기자 입력 2009.09.23 10:05 수정 2009.09.23 10:05

농촌의 원풍경으로 감동 주는 ‘서촌’

↑↑ 선남면 동암2리 전경.
ⓒ 성주신문


■동암리 마을 형성을 돌아보다

↑↑ 서촌 마을 입구.
ⓒ 성주신문
칠봉산(516m)에서 원출한 초곡천(草谷川)이 12km 동류하여 선남면 소재지 남쪽에서 백천과 합류하는 곳의 남향한 곳에 마을이 생성됐으니, 이 마을이 바로 동암리(東岩里)다.

성주군지에 따르면 마을 안에 봉암이란 신당의 단석이 있어 민속신앙의 신당(神堂)으로 전래되어 지명을 신당리라고 하고, 이 바위의 서편을 서촌·동편을 동촌이라고 했다. 지금도 마을이름의 유래는 잘 모르고 편의에 따라 나눠 부르고 있다.

1642년 이달운 선비가 이 마을에 입향해 신당이라 하였으며 그 후 마을이 번영하여 동촌·봉암·서촌으로 분동했으며, 조선시대에 산남방에 속했다. 이후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에 봉암동·동천동·서촌동·유촌동의 각 일부를 합병하여 마을을 만들고, 동촌의 동(東) 자와 봉암의 암(岩) 자를 합하여 동암(東岩)이라 하고 성주군 선남면에 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을 원로어르신들이 선대로부터 전해들어 알고 있다는 유래는 조금 더 재미나다.
초기에는 고성 이씨가 주로 거주했다는데, 당시 부자마을로 관리도 많았단다.

어느 날 한 중이 이 마을로 동냥을 나왔는데, 어느 누구하나 시주하는 이 없이 거절을 당하자 중은 “부자들이 인심 한번 사납기 그지없네. 그냥 망해라”하는 심정으로 얘기를 전했단다.

옛날에는 백천이 산밑으로 흘렀는데 그 아래 못처럼 파인 부분이 있었고, 그 곳에 있는 바위가 바로 용머리 모양이었단다. 중은 “이 용머리를 떼어내면 동네가 더욱 발전하고 부유해진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부자가 된다는 말에 용머리를 떼니 오히려 동네가 망해버리고, 새로이 마을이 생성됐단다. 이때 생긴 마을이라 하여 새 신(新)자와 못 당(塘)자를 써서 마을 이름을 신당(新塘)이라 했다.

이 신당마을이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동암이라 바뀌었는데, 그 이유는 마을에 워낙에 돌이 많다하여 동녘 동(東)자에 바위 암(巖)자를 써서 동암(東岩)이라고 했단다.

일제시대에는 자연부락으로 ‘봉암’을 기점으로 해서 동편과 서편을 나눈 ‘동촌’과 ‘서촌’으로 구분했으나 지금은 봉암이 있던 자리는 전원주택인 햇빛촌이 들어서며 흔적은 사라지고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현재 동암1리는 동촌, 2리는 서촌이라 부른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봉암(現 햇빛촌)에는 당산이라고 주민들이 제지내는 곳이 있었는데, 정월대보름 전날(음력 1월 14일) 마을의 번영을 기원했단다. 만약 제를 못 지내면 그 해 운이 안 좋다고 하여 더욱 정성을 들였다고. 물론 신당(神堂) 역시 이 곳에 있었다.

원로 어르신들은 “워낙에 많은 세월이 지났기에 정확한 유래는 아무도 모른다”며 “다만 어릴 적 학교에 들어가면 의례 마을 유래를 적어내라는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어르신들이 전해 준 내용으로 지금도 전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동네 자랑거리는요

 
↑↑ 쉼터에서 함께 모여 여가를 즐기고 있다.
ⓒ 성주신문 
동암2리(서촌 마을)에는 8월말 현재 73세대, 172명(남 88명, 여 84명)이 살아가고 있으며, 농촌마을로 참외주산지인 성주에 있기에 역시 주작목은 참외다.

이 마을 최고 어르신은 정소남·이말선 할머니(90). 두 분 모두 14살이 되던 해 이 마을로 시집와서 한 평생 이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다. “76년째 이웃해서 살다보니 눈빛만 봐도 이심전심이 된다”는 할머니들은 “혼자 보다는 둘이 좋다. 가족만큼 친한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특징은 어느 동네보다도 특출난 단결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
오후시간, 정자·쉼터·마을회관 등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가를 즐기느라 웃음소리 가득했다. 보통 노인회는 61세가 넘어야 가입할 수 있지만 이 마을은 50세만 넘으면 가입할 수 있는 송백회를 자체적으로 꾸려 온 동민이 회원으로 속해 있단다. 대소사 할 것 없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 마을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 소원 들어보실래요

동암2리는 농림부 농촌종합개발권역사업에 포함된 마을이다. 발전 잠재력을 인정받아 마을경관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전개됐다. 최근에는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을 통해 화단·정자 등도 조성했다. 활력센터도 연내 준공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구 인근이어서 도시민이 들르기 쉽고, 특히 겨울이면 장학리 얼음썰매장으로 가는 골목에 있어 지리적 요건이 탁월하다.

주민들은 “기 추진된 사업이 많은 만큼 ‘선택과 집중’으로 조금만 더 투자가 이어진다면 성주는 물론 전국에서도 경관으로는 특색 있는 마을로 태어나 도시민을 사로잡을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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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진(49) 이장, 이상문(77) 노인회장, 김상봉(81), 노일근(75), 김석철(73), 노기환(72), 이태석(66), 이팔용(63), 남기일(62), 노임조(55)씨, 그리고 최고령 정소남·이말선(90) 할머니와 김연희(84) 어르신, 이 밖에도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신 꺼려하시는 할머니들까지 마을 이야기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이상문 노인회장(左)과 이순진 이장.
ⓒ 성주신문
↑↑ 좌부터 최고령 정소남·이말선 할머니와 이웃 김연희 할머니.
ⓒ 성주신문
 
↑↑ 원로 어르신들이 모여 마을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 성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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