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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초대석

59살, 농학박사 꿈 이룬 여상운씨 - “젊은 사람들에게 지기 싫어 더욱 노력했죠”

이성훈 기자 입력 2010.03.03 09:06 수정 2010.03.03 09:19

공부에 대한 남다른 욕구... 능력보단 실천의지가 중요

 
ⓒ 성주신문 

‘위 사람은 이 대학원 농화학과에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논문을 제출하여 대학원위원회의 심사에 통과하였으므로 농학박사의 자격을 갖추었음을 인정함, 위 인정에 의하여 농학박사학위를 수여함’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얘기하는 것일까? 만학도 여상운씨(59, 흥농농약사 대표)가 지난달 25일 경북대학교 농학박사학위를 받음으로써 어느 누구보다 기쁘고 뜻깊은 졸업식을 보냈다. 더군다나 경북대 농대에서 학·석·박사학위를 모두 받은 여씨는 세상이 인정하는 농학박사가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부인 배을호씨도 얼마 전 경북과학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고, 아들도 박사과정 중이라 그야말로 학구열이 불타는 집안이라 할 수 있다. 졸업식의 여운과 영광을 뒤로 한 채 다시금 일상의 농약사 주인으로 돌아가 있는 여씨를 직접 만나 공부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박사학위를 받은 소감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받은 학위라서 그런지 기쁘다. 특히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뤄서 더욱 기쁜 것 같다. 그리고 대학원 공부와 논문에만 전념하는 학생들도 학위를 받는 데 보통 3년 이상이 걸리는데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4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게 되어서 나름대로 뿌듯하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농고와 농대 출신이다 보니 어릴 적부터 이 분야를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농약사를 하기 전 비료화학회사 연구소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그 당시 연구소 업무가 내가 훗날 공부하는 데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또한 대학 동기들도 박사과정을 많이 거친 편이고 교수를 하는 친구도 있다. 이런 것들이 아마도 나에게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일과 공부를 함께 하며 힘들었던 점은?
-가장 힘들었던 적은 논문 쓸 때였던 것 같다. 이때는 학교에 살다시피 해야 하는데 그럴 상황이 안 되었으니 논문에 대한 부담이 컸었다. 그리고 공부라는 것이 한 번 하거나 봤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학문이나 이론의 흐름이 자꾸 발전하고 바뀌기 때문에 계속해서 책을 보고 연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가며 학교도 자주 갔고 전공분야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학교 다니면서 재미있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나도 젊어지는 기분이었다. 또한 그 속에서 젊은이들의 패기와 열정을 받아 나도 더욱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많이 키웠었다. 또 혹시나 나이가 많아서 공부를 못 따라간다든지 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서 더욱 노력했다. 아마도 내 또래의 사람들만 모여서 공부를 했다면 오늘의 이런 결과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들이 좋은 친구이자 지금의 나를 만든 선의의 경쟁자였다.

▲주위 반응은?
-지인들은 박사과정을 밟는 것을 아니깐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겠지만 잘 알지 못하거나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많이 놀라는 눈치다. 그리고 오시는 손님마다 축하한다는 얘기를 전해 주신다. 특히 용암과 선남에서 내 소식을 접하고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셨다. 연세도 있으시고, 잘 모르는 분인데 오셔서 약도 사 가시고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전해 주시기도 했다.

▲가장 많이 도와준 사람은?
-물론 집사람이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중 학교와 친구 등 많은 사람들이 권유를 해왔지만 결정적인 것은 집사람의 권유였다. 원래는 석사 졸업 후 바로 박사과정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새로운 사업 관계상 그 생각을 접었었다. 하지만 다시 그 생각을 실천하게 해 준 것이 집사람이고, 내가 공부할 때 혼자 장사해가며 나를 챙겨줬다.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향후 계획은?
-더 이상 받을 수 있는 학위는 없다. 그래서 일단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 다른 논문도 많이 읽어야 하고 계속적으로 학문의 트렌드를 읽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직장을 다니는 젊은 사람들 중에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만 할 뿐 실천을 못 하는 것 같다. 아니 안 하는 것 같다. 머리 속에서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길 바란다. 처음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다. 나의 경우만 봐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프로필 △1952년 벽진면 수촌리 출생 △벽진초·성주중·성주농고 졸업 △경북대 농업대학 학사(1980)·석사(1987)·박사(2010) 졸업 △대유화학 연구실 근무(1979∼1988) △경북도지사·교육감 표창 △부인 배을호씨와 1남 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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