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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지간? 부자지간이에요 - 공부하는 가족 박희춘·기원 부자(父子)

이성훈 기자 입력 2010.04.21 09:45 수정 2010.04.21 09:45

스스로 하도록 조언자 역할만/현재의 꿈은 인류 위한 화학자

ⓒ 이성훈 기자

초등학교 6학년의 한 학생이 지난 3월 29일 대학수준의 한자 준1급 국가공인자격증을 취득했다. 한자 준1급은 2,500자 정도를 숙지해야 하며, 150문항 중 105문항 이상을 맞춰야 합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초등학생들이 도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성주초등학교의 6학년 박기원군(13)은 겨울방학 동안 독학으로 시험을 준비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와 함께 ITQ(정보기술자격시험) 1급 취득, 각종 글짓기 및 과학경시대회에 참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성과에는 기원군의 아버지인 박희춘씨(47)의 조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특별히 답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옆에서 선생님처럼 문제의 접근 방식 등을 제시함으로써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이렇게 사제지간같은 부자(父子)를 직접 만나 조금은 특별한 교육관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한자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기원군)
-어릴 때부터 한자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우리 집이 종갓집이라 제사가 많은데 지방을 쓸 때나 아버지가 한자 쓰시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흥미가 생겼다. 또한 어머니가 붓글씨를 잘 쓰시며, 특히 서예학원을 운영하시는 외할아버지가 평소에 많은 칭찬과 용기를 주신 것이 한자와 친해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주위의 반응은?(기원군)
-학원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내가 좀 내성적인 탓에 학교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기뻐하신 분은 50여년간 한자를 가르치는 일을 하신 외할아버지다. 그리고 여러 친지분들 또한 많은 격려와 함께 칭찬을 해 주셨다.

▲너무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닌지?(기원군)
-나도 이건 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는 학생들도 많다. 또한 쉬지 않고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아버지와 산행도 하고, 여행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의 안정을 위해 피아노 연주와 노래도 종종 하는 편이다. 운동장을 찾아 배드민턴도 치고, 자전거 타는 것도 즐기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즐기고 있다.

▲평소 공부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나?(아버지)
-각자 생활이 있어 많은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그게 항시 부모로서 아이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다만 등산이나 여행 시 고민이나 여러 생각들을 공유한다.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담임선생님과 의논하는 게 전부고, 기원이가 공부할 때 우리 부부는 옆에서 함께 책을 본다. 자기주도 학습을 하는 아이에게 우리는 그저 조언자일 뿐이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함께 생각하고 스스로 깨닫도록 길만 열어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쳐 힘들어 할 때는 사랑한다며 안아주는 것 밖에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어린 나이에 밤늦도록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과 미안함, 대견함이 교차할 때가 참 많다. 그래도 학생은 공부하는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우리 부부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학부모인 것을 실감한다.

▲기원군에게 바라는 점은?(아버지)
-무엇을 하든 실현가능한 일에 충실히 책임지고 하는 것이라면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듯이 최고가 되려 하지 말고, 항상 하는 일에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돌이켜 봤을 때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부부는 매사에 잘 대처하며 건강하게 지내준 기원이에게 감사할 뿐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든 기원이의 생각과 행동을 믿을 것이고, 또한 남에게도 사랑 받을 수 있는 멋진 기원이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버지 : 특별히 계획을 세워보지는 않았다. 다만 아이의 생각과 현재의 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은 미완의 세계에 있기 때문에 자아정립이 완성된 시기가 오면 함께 의논할 생각이다. 그리고 조언자로서 필요할 때 항상 손 내밀어주고 때로는 어깨도 내주며 큰 나무의 그늘 같은 존재가 돼 주고 싶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다정다감한 사이가 되는 것이 앞으로 계획의 일부일 것 같다. 굳이 또 다른 계획을 세우자면 소학 또는 명심보감과 대학, 논어 등은 아이가 원한다면 도전하게 하고 싶다.
-기원군 : 나도 아버지와 같이 계획을 세워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개의 진로는 생각하고 있다. 내 꿈은 과학자다. 그 중에서도 화학분야의 과학자다. 무서운 무기와 아픔을 주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에디슨처럼 이 세상에 필요하고 유익한 곳에 사용되며,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그런 것을 만드는 화학자가 내 꿈이다. 하지만 더 크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외교관이 되길 바라신다. 외교관에 대해 깊이 있게 알지는 못 하지만 외교관도 좋다고는 생각한다. 특히 가정에서는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국가적으로는 외교도 할 수 있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프로필 ▶박기원 △성주초등학교 6학년 재학 △한자능력검정 준1급·ITQ(정보기술자격시험) 1급 취득 및 경진대회 수상 다수 ▶박희춘 △1964년 용암면 출생 △김천 모 사회복지시설 근무 △성주문학회 회원 △부인 김경숙씨와 기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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