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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드시러 언제든지 오세요” - 성주시장 공주식당 대표 박영희씨

이성훈 기자 입력 2010.04.28 10:17 수정 2010.04.28 10:17

우연히 시작해 12년째 운영 중/쉴 때도 가게에 있어야 편안해

 
ⓒ 이성훈 기자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시골장에 가면 해야 될 일이 많다. 미루었던 장도 봐야 되고, 오랜 시간 장을 보며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도 해야 된다. 많은 음식들이 눈에 띄지만 그 중에서도 시골장의 특미인 장국밥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밥 그릇이 수북히 쌓여 있고, 가마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가게에 저마다 보따리를 옆에 두고 국밥을 먹는 장면을 본다면 쉽게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주시장에도 여러 곳의 국밥집이 있으며, 장날에는 문전성시를 이루는 광경이 연출된다. 특히 주인의 많은 인정만큼 푸짐한 음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국밥집이 있다. 바로 박영희(55)씨가 운영하는 ‘공주식당’이 그곳이다. 여러 가지의 다양한 식단은 아니지만 일년 내내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박씨를 직접 만나 국밥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만의 운영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국밥집을 시작한 계기는?
-90년대 후반에 시작해서 올해로 12년째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중인데 나도 내가 이런 장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시 직장생활 중이었는데 시장을 보러 나갔다가 우연히 남의 가게 일을 잠시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때 그 가게 주인이 시장에서 식당 한 번 운영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었는데 그때 일을 계기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집안에서도 장사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나만 장사를 하고 있다. 아무튼 장사를 할 마음을 먹은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하고 있는 걸 보니 내 길을 잘 찾은 모양이다.

▲손님은 많이 오는가?
-우리 가게뿐만 아니라 요즘은 참외농사가 어려워서 그런지 예전만큼은 손님이 없다. 그래도 장날에는 손님들을 다 못 받을 정도로 몰린다. 평소에는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좀 있는 편이다.

▲기억에 남는 손님은?
-여기 오시는 분들 중에 얼굴은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분이 많다. 그래서 딱히 누구를 꼽아서 말은 못 하겠지만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기억난다. 월항에서 7∼8명이 단체로 찾아와 자리가 없으면 기다렸다가 드시고 가는 분들이 있다. 또 벽진에서 오시던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은 국수 한 그릇 사 먹을 여력이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냥 대접해드렸는데 성의가 고마운지 천원은 꼭 내고 가신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노숙자처럼 보이는 분이 오셨는데 따뜻한 국밥에 소주 한 병을 대접했다. 그 후로 몇 번 오시다가 이제는 발길이 끊겨서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다. 나도 가진 건 없지만 나보다 힘든 분들을 위해 대접하는 게 마음 편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혼자 운영하면 힘들지 않나?
-평소에는 혼자서 일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장날에 밥 손님, 술 손님 한꺼번에 모여들면 정신 없이 바쁘다. 특히 다 먹은 그릇을 빨리 씻어야 하는데 음식 준비로 바쁘다보니 쌓여가는 설거지거리를 보면 마음이 급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한창 바쁠 때 도와주는 분이 있어 조금은 낫다. 그리고 장날에는 좀 더 일찍 가게문을 열기 때문에 새벽에 나온다. 그런 날 잠을 많이 못 자서 피곤한 것 빼고는 힘든 점은 거의 없다.

▲본인만의 운영 철학이 있나?
-철학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다. 다만 내가 꼭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은 있다. 우리 가게는 1년 365일 중 363일은 문을 연다. 쉬는 2일은 명절 당일이다. 그런 날 외에는 무조건 문을 여는 것이다. 솔직히 피곤해서 쉬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어느 손님이 우리 가게에 왔는데 문이 잠겨져 있다면 섭섭해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도 그렇다. 어딘가에 마음먹고 찾아갔는데 문이 닫혔을 때 허무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또한 평소에는 오전 9시에 문을 열지만 장날에는 그보다 일찍 새벽 4시에 문을 연다. 이것도 몸은 좀 피곤하지만 가게를 시작할 때부터 이렇게 해 왔기 때문에 가능하면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시장 안 어느 가게나 마찬가지겠지만 난 음식을 푸짐하게 드리려고 한다. 가격과 어울리지 않는 양이 나온다고 놀라는 손님도 많은데 이런 게 사람 사는 정이고 푸근한 시골장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앞으로의 계획은?
-우연찮게 찾은 내 길이다. 잠깐의 직장생활 외에는 계속 이 일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내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는 할 계획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363일 동안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위해 서비스할 것이다. 손님이 없어도 가게에 나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몸이 피곤할 때 가게에 오면 피곤함이 없어지기도 하고, 일을 안 하고 있으면 일을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런 것을 보니 천생 내 일임이 분명하다.

◆프로필 △1955년 성산리 출생 △중앙초등학교 졸업 △박씨와 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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