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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생님 되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 할머니 선생님 임윤기씨

이성훈 기자 입력 2010.05.05 12:43 수정 2010.05.05 12:43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봉사가 나에게는 자유롭고 멋진 인생을

ⓒ 이성훈 기자

어느 날부터 어린이집에 일반 선생님으로는 보기 어려운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은 원생들과 비슷한 눈높이로 맞춰 앉아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다름 아닌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과 함께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기 위한 ‘옛날이야기 들려주기 사업’의 모습이다. 60세 이상의 노인 중 입담이 좋은 사람을 선발, 소양 및 직무교육, 현장실습 등을 거친 후 어린이집에서 할머니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는 것이다. 4월부터 시작해 9월 말까지 진행되는 본 사업은 총 7명의 할머니 선생님들이 관내 13개 보육시설에서 교육을 한다. 이런 할머니 선생님 중 평소 봉사와 취미생활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임윤기(70) 선생님을 직접 만나 할머니 선생님으로서의 각오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할머니 선생님이 되기 전에는 참외생태학습원에서 일을 했다. 올해도 참외생태학습원에 근로 신청을 마치고, 관련 교육을 다 받고 있었는데 어느 날 군청에서 할머니 선생님을 해보지 않겠냐고 나에게 권유를 해왔다. 예전에 다리 수술을 하고 불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나도 다음에 봉사를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그 권유에 아이들에게 이야기 봉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수락을 했다. 아주 오래 전이지만 나도 어릴 때 할머니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니 좋은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어떤 얘기를 해 주나?
-내가 어릴 때 자라면서 힘들었던 얘기와 6.25 때 겪었던 일화부터 시작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꼬부랑 할머니, 귀신, 호랑이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쓰레기 분리수거 같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도 해 주고 있다. 귀신 이야기 같은 경우엔 듣다가 우는 애들도 있고, 호랑이 이야기 같은 경우는 실제로 호랑이를 봤냐고 질문하는 애들도 있다.

▲아이들의 반응은?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 그리 재미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가끔씩 길을 가다가 만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어! 할머니 선생님이다”하고 인사하는 애들도 많다.

▲일은 재미있나?
-참외생태학습원에 있을 때도 유치원생들이 견학을 많이 왔다. 그때도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설명도 많이 해 줬고, 위험한 행동을 못 하도록 통제도 했다. 여기(어린이집)와 전체적으로 하는 일은 비슷했다. 결국 둘 다 재미있다. 예전에 손자를 키워봐서 애들 만나는 것이 낯설지가 않고 다들 내 손자, 손녀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힘들 때는 없나?
-그렇게 힘든 점은 없다. 다만 4∼5살인 애들은 6∼7살인 애들보다 집중력이 좀 떨어진다. 그래서 수업 초반 5∼10분은 집중을 잘 하고 있다가도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고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그때는 말로 해봤자 별 소용이 없고 숨바꼭질을 하거나 같이 장난을 쳐주면 애들이 다시 집중을 한다. 율동을 하거나 목소리를 크게 해서 아이들이 따라오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수업을 잘 듣는 아이들에겐 비타민제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기 때문에 안 하던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요즘은 포은 정몽주 선생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또한 나도 나보다 더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아이들에게 다시 들려주기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돈을 벌 목적보다는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임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공부를 계속 해야 된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적은 공부가 아니라 꾸준한 공부를 해야 될 거 같다. 또한 많은 시간을 가족들 뒷바라지에만 전념해왔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다. 각종 봉사활동부터 시작해서 스포츠 댄스, 장구, 노래교실, 요가 등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는 편이다. 자식들도 무리한 일 말고는 하도록 하니 앞으로 내가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는 뭐든지 할 생각이다. 특히 노인들은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 밖에 나와 사람을 만나고 활동을 해야 더 젊어지고 건강해진다. 나는 지금도 평일엔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아마도 앞으로는 더 바빠질 것이다. 남은 내 인생을 자유롭고 멋지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필 △1942년 경북 칠곡군 양목면 출생 △17살 때 성주로 이사 △성주읍 의용소방대원(1기) △새마을부녀회장 역임 △2남 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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