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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사회종합

방문요양 본인부담금 안 내도 된다고?

이성훈 기자 입력 2012.03.15 08:54 수정 2012.03.15 08:56

수급자 유치 위해 본인부담금 미수납, 할인 등 불법행위 만연/관계 당국 불법행위 알고 있지만 처벌규정 없어 손놓고 있는 실정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중 하나인 '방문요양(재가급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내 일부 기관에서 법정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수급자를 유치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방문요양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관내 방문요양기관들에 따르면 방문요양 서비스 이용 시 제도상으로 본인부담금 15%를 수급자로부터 받아야 하지만 일부 기관에서는 더 많은 수급자를 유치하기 위해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거나 할인 또는 받아도 추후 돌려주는 식의 영업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타 기관에서 서비스를 받고 있는 수급자까지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기관으로 옮기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제대로 받고 있는 기관에서는 수급자가 엄연히 불법적인 영업행위에 이끌려 옮겨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기관에서는 본인들의 불법적인 영업행위를 공공연히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내 한 기관의 관계자는 "재가급여는 3등급 기준으로 월 87만8천900원이 책정되며, 이 중 15%인 본인부담금 13만1천 원 정도를 수급자로부터 받아야 하지만 몇몇 기관에서 이 금액을 받지 않다 보니 보호자 및 수급자가 그쪽으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기관 역시 그런 식으로 수급자를 두 눈 뻔히 뜨고 보낸 적이 있다"고 하소연하며 "이런 식으로 불법적인 행위가 발생한다면 앞으로의 수급 체계는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관에서는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쪽(방문요양)에서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이며, 어서 빨리 관련법이 마련돼 불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공공연한 불법행위를 알고 있지만 본인부담금을 할인해 주거나 받지 않는 기관에서는 서류상 받은 것으로 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단속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 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그런 기관에서는 보호자나 수급자 명의의 통장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종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보관하고 있는 통장을 이용해 마치 본인들에게 입금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의 증언도 이어졌다. 한 요양보호사는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기관으로 옮겨서 일을 할 기회가 있었다. 예를 들어 다른 기관에서는 10만 원을 준다면 여기서는 14∼15만 원의 급여를 준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에게 통장을 개설하라고 했었고, 그 통장을 본인들이 보관한다고 얘기를 했다. 특히 가장 믿음이 안 갔던 부분은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나중에 줄 퇴직금통장을 만든다고 했었는데 굳이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점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느껴 결국 그쪽으로 옮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에서 관내 방문요양기관에 시달한 공문에 따르면 장기요양 수급질서 문란행위 근절 및 올바른 장기요양문화 정착을 위해 '장기요양 본인일부부담금 주고받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실시 중이며,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또는 금품, 향응 외 이익을 제공할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에 대한 내용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며, 결론적으로 현재까지는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러도 그에 대한 특별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기관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당국마저 불법행위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공문만 시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손을 놓고 있는 점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성주출장소 관계자는 "공단 차원에서 본인부담금 주고받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이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털어놓으며 "하지만 현재까지는 불법행위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어떠한 제재도 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수급자가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만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수급자는 반드시 본인부담금을 납부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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