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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숙 시민기자 성주초 수석교사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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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바구니는 상자 위에 위치해 있고, 쿠키는 책 위에 놓인 그릇에 정렬되어 있으며, 사과들은 아무렇게나 구겨진 흰색 천위에 배치되어 있다. 이 모든 정물들은 테이블 위에 위치하고 있다. 이 정물들의 배치는 우연한 것처럼 보이나, 각각의 위치는 세잔(Paul Cézanne, 1839-1906)이 의도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이는 형태를 갖추어 쌓여있는 쿠키의 배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물들로 중앙이 단절된 이 테이블은 좌측과 우측이 일직선으로 처리되어있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왜곡되어 있다. 건축적으로 쌓아 올린 듯한 느낌과 뒤틀린 시점에서 그려진 테이블의 모습에서도 구조에 대한 관심이 보인다.
캔버스 전체를 조망할 때 각각의 구성요소들은 구조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약 30개 정도의 사과들은 다양한 색채가 혼합되어 표현되어 있으며, 각각이 하나의 정물화를 구성한다. 좌우 대칭이 맞지 않는, 왜곡된 형태의 병과 사과바구니, 그리고 마구잡이로 구겨진 테이블보 또한 각각 독립적인 느낌을 준다.
<병과 사과바구니가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Basket of Apples)>은 고심 끝에 제작된 정물화로, 각각의 정물들은 섬세하게 선택되고 구성되었다. 전체적인 캔버스는 각각의 정물이 임의적인 느낌을 주는 동시에 전체적으로 우연적인 통일감이 느껴진다.
테이블에 수평을 이루고 있는 사과들과 바구니에 담긴 기울어진 사과들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그려져 있으며, 이 둘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전면에 배치된 구겨진 테이블보와 정돈된 형태의 쿠키는 서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작품에서 사용된 색채는 전체적으로 빛을 머금고 있으며, 명료한 색감을 담고 있다. 세잔은 역동적인 터치를 통해 채색을 하는데, 매끈한 유리의 느낌이 나는 병을 제외한 나머지 정물들에서는 질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유화 안료의 질감도 드러내지 않으며, 단단한 느낌을 주지만 ‘물질성’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렇게 중립적인 색채의 질감과 함께 테이블의 왜곡된 형태는 구조적으로도 추상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전체적으로 경계가 단단하게 마무리되어있지만, 병과 과일바구니의 가장자리는 공간 속으로 침투하는 듯, 거칠게 마무리되어 있다.
대비를 통해 균형적인 구성을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각 부분에서 의도적으로 균형을 깨트리고 있다. 즉 작품 내의 정물들은 안정과 불안정이 양립하며 하나의 평형을 이루고 있다. 중앙에 배치된 왜곡된 병의 형태는 작품의 정 중앙에 위치하면서도 그것 스스로 불안정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이러한 평형상태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회화에서 이러한 안정과 불안정의 균형은 인체의 자세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기울어진 경사면에 자세를 잡고 있는 인물이나, 격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자세는 안정과 불안정을 모두 나타내는 요소이다. 세잔의 작품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균형이 정물화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이미 존재하는 균형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작가 스스로 평형상태를 구축하며 전통적 회화에서의 이탈을 이루어 냈다.
감수 김일기/서울대학교 강사 출처: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