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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거울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1.09.26 18:44 수정 2001.09.26 18:44

박용래(시인)

어머니 젊었을 때
눈썹 그리며 아끼던


떼까치 사뿐이 배추 이랑에
내릴 때 -

감 떨어지면
친정집 달 보러 갈거나
손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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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익으면 가을이다. 가을을 가을답게 하는 것이 감이지만, 가을을 떠나보내는 것도 감
이다. 온 동네 가을 하늘을 온통 벌겋게 떠내려보내는 감 없으면 가을 아니고 산골마을 아
니다. 그 달 걸려있는 감나무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정취를 마련해 놓는다.
어머니 젊어서 손거울로 눈썹 그리던 시절, 두둥실 떠오르던 달과 배추밭과 감이 있는 친
정집. 자식새끼 낳아 살아온 세월에 속아, 친정에서 조금씩 멀어지면서 어머니의 손거울은
녹슬어간다. 문득 이 가을에는 젊은 날의 손거울 꺼내 들고 친정으로 돌아갈 일이다. 그리
하여 붉게 휘늘어진 감나무 아래 서 볼 일이다. 그러면 무엇이 바뀌었고 또 무엇이 바뀌지
않았는가.

(배창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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