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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1.10.04 16:13 수정 2001.10.04 16:13

김준태(시인)

달나라에는 죽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달은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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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달밤이 제격이다. 추석을 한자어로 가을(秋) 저녁(夕)이라 한 것만 보아도, 보름 달이 둥두렷이 떠오른 달밤을 가을의 주제로 삼기에 꼭 맞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달에 대한 오랜 신비를 벗겨내는 것을 냉전시대 초강대국들이 경쟁적 과제로 추진해 왔지만, 아직도 달은 우리의 갖가지 정서를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물은 어차피 그것을 바라보는 사 람의 시선과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게 마련이고, 같은 사람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느낌의
내용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에 작용하는 사람의 힘이 커 질수록 우주의 신 비는 더욱 확대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달은 우리 예술의 핵심 소재였고 지금도 그렇다. 이 시는 단 두 줄(행)의 짧은 시다. "달 나라에는 죽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첫행의 선언도 그렇지만, "그래서 달은 밝"다는 말로 뒷받침된 둘째 구절은, 삶과 죽음이 달을 매개로 하여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도 단 두 줄에! 아름다운 상상력의 폭발이 아니고 무엇인가.
저 달이 기울면서 추석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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