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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맛을 경험한 아이는 자라서도 음식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습니다" / 오희정 성주중앙초 영양교사

최행좌 기자 입력 2013.09.10 09:50 수정 2013.09.10 09:50

쌀뜨물 발효액 사용으로 환경보전 실천 앞장서
밥상머리교육 등 올바른 식습관으로 인성교육도 함께

ⓒ 성주신문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중 소독, 악취제거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쌀뜨물 발효액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양교사가 있다. 성주중앙초 오희정 영양교사는 쌀뜨물 발효액을 활용한 학교급식 환경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지난 5일 오희정 영양교사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쌀뜨물 발효액을 개발하게 된 계기와 영양교사로서의 보람된 삶 등을 들어봤다.

■ 쌀뜨물 발효액을 개발하게 된 계기와 사용법은?
성주중앙초가 위치해 있는 지대가 성주군에서 많이 낮은 편으로 비가 오면 가끔 침수가 되고 있어 급식소 내의 트렌치와 바깥쪽 맨홀 청소를 매일 꺼내서 청소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저지대라는 특성상 아침에 출근을 하면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났다.
교육지원청에 건의해 트렌치 공사를 몇 번이나 했지만, 퀴퀴한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문의한 결과 "지대가 낮아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텔레비전에서 em이 자연계 존재하는 미생물 중에서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 수십 종을 조합·배양한 것으로 유산균과 효모와 광합성 세균이 합쳐져 서로 공존·공영해 버려지면 오염원이 되지만 발효하면 정화원이 된다고 소개하는 것을 보게 됐다.
그래서 급식소에서 나오는 쌀뜨물을 이용해 발효시켜 자원재활용을 통한 환경보전도 실천하고 학생들이 밥 먹는 공간의 환경개선도 하고자 시도하게 됐다.
쌀뜨물 발효액은 급식소 및 가정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설거지할 때 세제 대신 쌀뜨물 발효액을 적당량 희석해서 사용하면 깨끗하게 닦인다. 화장실 변기 청소할 때는 100배 희석해 청소하면 때가 잘 안 붙고 악취도 제거할 수 있다. 빨래할 때는 종이컵 한두 컵 정도를 옷과 함께 하루 담가뒀다가 세탁하면 세제양도 줄이고 옷도 깨끗해진다. 또 청소할 때 10~100배 희석해서 냉장고, 유리창, 세차 등을 하면 냄새 제거 및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다. 화초에 500배 희석액을 뿌려주면 화분 속 흙을 건강한 상태로 보존시켜 화초나 작물이 잘 자란다. 그 외에도 발냄새 제거에도 효과가 있고, 린스 대용으로 사용도 가능하다.

■ 성주중앙초 급식의 장점이라면?
급식소 내에 밥상머리교육실을 따로 마련해 일주일에 두 번 교장, 교감선생님과 함께 학생 5명씩 식사를 하면서 밥상머리교육을 하고 있다. 밥상머리교육은 가족이 모여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가족 사랑과 인성을 키우는 교육으로, 현재 맞벌이가족 및 결손가족 등이 많아 학교에서 교장, 교감선생님과 학생들이 같이 식사를 하면서 밥상머리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랑과 인성을 키우고, 교장선생님과 같이 대화하며 식사를 함으로써 따뜻한 소통의 장이 될 뿐만 아니라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밥상머리교육이 가정에도 파급돼 심적으로 안정되고 예의바른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들의 호응이 상당히 좋아 밥상머리교육 하는 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특히 우리학교 밥상머리교육은 우수실천사례로 발표될 정도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 영양교사로서 보람된 일이나 힘든 점이 있다면?
지난해 계발활동 시간에 우연히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노는 모습을 봤는데, 상처가 되는 말과 인신공격적인 말들을 스스럼없이 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학생은 아무 소리 못하고 듣고 있는 것을 보고, 이게 학교폭력의 시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소외된 학생, 자존감이 낮은 학생을 선발해 전북 순창군에서 열린 전국어린이 요리대회에 참가했다. 대회결과 학생들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전교생이 보는 가운데 상과 상금도 받고 여러 군데 신문에 기사도 나는 등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밝아진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
올해는 맞벌이부부로 주말에 혼자 집에서 라면과 김치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감안해 토요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영양반을 개설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위주로 실습수업을 하고 있다.
어느덧 영양교사로서 19년이 다 되어가다 보니 힘든 점은 그리 없지만, 아직 영양교사가 단순히 식단만 짜고 아이들 교육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님과 일부 교사들이 있는데, 이런 편견은 우리 영양교사들이 열심히 하면 점점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 자녀들에게 잘해 주는 음식이나 살림 노하우가 있다면?
학교에서 기운을 다 빼서 그런지 자녀들에게는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음식은 친환경농산물이나 국산의 좋은 재료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만들어 주고 있다. 인스턴트 음식은 집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자랑이라면 자녀들이 또래친구들이 싫어하는 검은콩이나 당근, 야채, 버섯 등을 좋아하며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먹어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특별한 살림노하우는 아니지만 쌀뜨물 발효액을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세제양을 줄이기 위해, 설거지할 때나 화장실 청소 때, 빨래할 때 등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 인생철학은 무엇인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없어서 남들이 하기 전에 먼저 시작해 보는 것이 많다. 때론 실패도 하고 시행착오도 거치지만, 시도하지 않은 것 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래시피를 조리사, 조리원들에게 제시하면 해보지도 않고 "이건 하기 힘들어요" "안 돼요"라고 하는 분들이 가끔 계시는데, 그때마다 "일단 한번 해보고 안 되면 그때 다시 말씀하세요"라고 한다. 불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 평소 여가생활은 어떻게 보내는지?
주말에는 등산을 자주 간다. 전국의 많은 산을 주말마다 다니다 보니 체력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다. 지난 겨울에 무등산을 갔는데 눈꽃이 너무 아름다웠던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급식시간에 지도를 하다보면, 편식이 심한 학생들이 많다. 어려서 다양한 맛을 경험한 아이는 커서도 음식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을 뿐 아니라 두뇌발달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어릴 때 한 번 잘못 형성된 식습관은 어른이 되서도 고치기 힘들고, 이런 식습관은 고혈압, 당뇨, 비만을 유발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어릴 때 편식이 심한 아이가 어른이 되면 고스란히 자녀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 건강한 맛을 익히고 좋은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성장하는 어린이가 됐으면 좋겠다.

오희정 영양교사 △1970년 포항시 출생 △영남대 환경보건대학원 졸업 △성주중앙초 영양교사 재직 △1995년 초전초 발령을 시작, 성주와 의성지역에서 18년 간 영양교사로 근무 △교육감 표창, EBS교육방송 '사제부일체' 학교급식 패널로 참석 △남편과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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