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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는 목련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02.01.26 10:24 수정 2002.01.26 10:24

이응인(시인)

화단 가운데 목련꽃 다 지고
가녀린 잎 연두빛을 내미는데
그때서야 꽃 피운 몇 송이

함께 보던 이 선생이
왜, 아이들도 보면
지각하는 녀석 꼭 있잖아요.

그러고 보니
더 고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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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빨리도 변하고, 갈 길은 갈수록 바빠진다. 경쟁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살아갈 길이 팍팍하다. 제것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남보다 먼저 좋은 자리 차지하는 사회가 된 지 오래 되었다. '공동체 사회'란 말을 '생존'이란 말 앞에 내세우는 것이 머쓱해지는, 그런 사회가 우리 사회라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새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봄이 오면 목련이 핀다. 그 때 보면, 꼭 다들 핀 다음 늦게서야 망울
을 맺는 녀석이 있다. 그 녀석들 덕분에 우리는 가는 봄을 우리 곁에 좀 더 오래 잡아둘 수 있지만, 혼자 나무를 지키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시인은 그 꽃을 보면서 '지각하는 녀석'들을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더 고운/ 얼굴"이라는 데서 시인은 경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사는, '상처 입은'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다. 그 아이들이 더 고와 보이는 것은 이 시인이 참 좋은 선생님이란 것을 말해 준다.

(배창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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