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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사회종합

논란 속 '성주 머슴' 오해와 진실

홍하은 기자 입력 2016.03.22 09:14 수정 2016.03.22 09:14

고씨는 요양원에서 안정 중
건강에는 별다른 소견 없어

방송보도 내용이 일정부분
사실과 달라 주민들 당황

 
최근 방송에 보도된 일명 '성주 머슴' 고판준(남, 77)씨가 지난 13일 관내에 위치한 요양원에 입소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고씨의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며, 건강검진 결과 혈압이 조금 높았으나 약을 복용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소견이다. 현재 고씨는 양로원에서 사회복지사들의 보살핌 속에 안정을 취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 언론사의 방송뉴스에서 ㅇ면에 거주하고 있는 고씨가 고용인 박씨의 집에서 한달 16만원을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중노동을 하고 있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고씨의 이야기가 보도된 이후, 사실과 다르다며 해당 마을 주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을주민 신씨(여, 66)는 "TV에 방송된 만큼 노동을 많이 안했으며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체력도 안되고 일을 꾸준히 하는 성격이 아니다"며 "오갈 데 없는 사람 거둬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을에서 오래 거주한 안씨(여, 85) 또한 "농장주인 박씨가 그동안 고씨의 점퍼, 내복, 모자 등 옷도 사주고 먹을 것도 챙겼는데 이번 방송으로 몹쓸 사람으로 낙인 찍힌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50여년전 고씨가 젊은 시절에 이 마을로 들어와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일을 하긴 했는데 일을 제대로 못했다"며 "더구나 나이가 많아 일할 체력도 안돼 모든 집이 외면하자 동장이 받아준거다"고 설명했다.
 
고용인 박씨와 고씨의 인연은 2009년에 시작됐다.
 
박씨는 오갈 데 없는 고씨를 데려오면서 말소된 주민등록증을 살리고, 의료보험과 기초노령연금에 등록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당시 다른 집에서 안 받아줘 내가 동장이기도 해서 받아준 것"이라며 "임금문제는 고씨가 다른 집에서 일하면서 일 년에 100~150만원가량 받았는데 나한테 200만원과 매일 막걸리 2병씩을 요구해 지금까지 그렇게 주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고씨의 수중에 현금 1천900만원과 기초노령연금 820만원이 통장에 예치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TV 보도 후 지난 13일 고씨를 복지시설로 인계하기 위해 군관계자와 초전파출소장은 오랜 시간 설득을 했다고 밝혔다. 초전파출소장은 "박씨에 대한 거부감이나 적대감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박씨를 신뢰하는 것 같았다. 발견된 돈 또한 박씨에게 맡겨 입금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박씨는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보도가 된 것에 대해 크게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씨는 "고씨에게 국이나 반찬 등을 챙겨주며 나름 최대한 잘해드리려 했다. 당시 요양원에 모시고 가려했으나 어르신(고씨)이 완강히 거부해 지금까지 이 마을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씨가 거주하던 방에는 냉온정수기와 전기밥솥, 전기난로 및 전기장판 등이 배치돼 있었다. 냉장고에는 박씨가 챙겨준 김치찌개와 고등어조림 등 반찬이 들어 있었다.
 
박씨는 "전기세 등 고씨가 사용한 것을 모두 내가 지불한다. 연세가 있어 일도 많이 안 시켰고 현재 농촌도 자동화시스템이 돼 있어 힘든 일은 기계가 하며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은 전문 일꾼을 고용해 농사를 짓는다"며 "사실과 다른 언론 보도에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마을 주민들 역시 보도된 방송에 대해 박씨의 심정을 대변했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고씨는 평소 정수기가 있어도 도랑에 있는 물을 마시기도 하고 박씨가 새 옷을 사줘도 갑갑하다며 마음대로 단을 자르거나 옷을 불태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씨는 "정수기는 물을 다 마시면 새로 물을 채워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그냥 도랑물을 마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요양원에 있으니까 일을 안 해서 좋긴 하지만 낯선 곳이라 외롭기도 하고 방에 가만히 있어야 해서 답답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한편 고씨의 말에 따르면 고씨는 충북 금산군과 전북 진안군의 경계 지점에서 출생했으며, 젊은 시절 경북 고령에서 결혼 생활을 1~2년 했으나 아내가 죽은 후 성주에 오게 됐다. 고씨는 어린 시절 헤어진 딸과도 연락이 되지 않아 현재 가족이 없는 상태이다.
고씨는 오랫동안 지낸 마을과 마을 사람들에 대해 그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현재 생활에 대체로 만족해 하고 있다.
 
한편, 해당 기사를 보도했던 담당기자는 "고용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약자의 입장에서 취재하려 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고용인 개인의 문제가 아닌 마을 전체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기사를 보도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기사가 보도된 후 지난 15일 군은 읍·면 관계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복지사각지대 및 취약계층 집중 발굴을 위한 회의를 개최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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