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참외 재배 50년이 되는 2020년을 '성주참외의 해'로 지정한 성주군은 브랜드 리뉴얼 및 참외 재배 50년사 기록 등 참외 주산지로써의 위상을 재정립했다. 성주참외 50년사에 발맞춰 본지는 영국의 수직농장 및 프랑스의 그린투어리즘 등 국내외 농업농촌의 선진사례 보도를 통해 성주참외의 미래비전과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본다.【편집자 주】
▷ 1회 성주참외 50년사 의미와 과제
▷ 2회 전남 완주군 '두레농장'
▶ 3회 경북 청송군 '해뜨는농장'
▷ 4회 영국 그로잉 언더그라운드 '수직농장'
▷ 5회 프랑스 뷔나쥬팜 '그린투어리즘'
▷ 6회 참외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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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청송군 해뜨는농장에서 사과 재배교육을 실습하고 있는 청년들과 조옥래(앞줄 우측 첫번째)·윤수경(뒷줄 좌측 첫번째) 부부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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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지을 땅도, 돈도, 연고도 없는 농촌에서 청년들이 자리잡을 수 있을까?
경북 청송에는 농사를 짓고자 하는 청년들이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농가가 있다.
청송군 현동면에 위치한 '청송해뜨는농장'은 귀농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돕기 위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때까지 교육하고 지원하는 한국형 사회적농업 시범농장이다.
앞서 2편에서 다룬 '완주 두레마을'이 노인을 위한 정책이었다면, 청송 해뜨는농장은 귀농 청년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다.
도시가 일자리 부족 문제로 몸살을 앓는 동안 농촌은 일손 부족 및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경북 청송군도 예외는 아니다. 청송의 인구는 6월말 기준 2만4천674명, 평균연령은 56.7세로 경북평균(47.2세) 및 전국평균(44세) 보다 훨씬 높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 정면으로 맞서며, 청년농부들에게 '즐겁게 일하고 자립을 꿈꾸는 행복한 일터'를 제공하고 있는 해뜨는농장의 용기가 궁금해진다.
조옥래(55), 윤수경(52) 부부가 2001년 청송에 귀농해 설립한 농업법인 해뜨는농장은 6천612㎡(2천평)에서 주품목인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부부는 경북대 농과대학을 함께 졸업하고,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도 전국 최초로 부부가 함께 보유하고 있다.
부부는 영농을 희망하는 대학 후배 및 청년농의 창업 플랫폼을 구축해 창업부터 성공적 정착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작물재배·판매·농촌생활 등 시행착오를 적게 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부부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셈이다.
매주 주말이면 10여명의 대학생들이 찾아와 농촌살이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가고, 여름방학에는 농장에 상주하기도 한다.
농번기에는 부부의 모교인 경북대 농대 후배들을 모아 일을 시킨다. 일당을 다 주지만 대부분 작업에 서툰 학생들이라 일을 한다기보다는 실습장이 돼버리기 일쑤라고.
농장 안에는 카페 등 여가시설이 있으며, 과수원 인근에는 풋살장과 공예 판매점도 함께 운영한다.
농장에서는 주로 사과를 재배하지만 다른 작물 재배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위해 인근 다른 농장에서 일손 돕기를 겸한 실습을 진행하거나 청년농 육성과 관련한 외부교육 및 마을행사 등에도 청년들과 함께 참가하고 있다.
남편인 조옥래 대표는 "기반이 없는 청년들이 농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귀농한 청년들이야말로 농촌에서 취약계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해뜨는농장은 청년들이 경영체 등록을 하고, 오롯이 자신의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까지 곁에서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것이 농장의 가치이자 목적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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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체험 홍보페스티벌에 청년들과 함께 운영한 해뜨는농장 부스 |
ⓒ 성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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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부부 농산물품질관리사
귀농·귀촌 청년 멘토로 정착 지원
경북 '사이소' 매출 6억원 1위 쾌거
현재 전국의 14곳에서 사회적 농장 83곳이 운영되고 있다. 해뜨는농장은 2018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사회적농업이란 농업활동을 통해 고령자, 장애인 등 농촌지역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돌봄·교육·일자리 등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공동체 활성화 및 사회 통합을 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선정된 곳에는 사회적 농업활동 운영비, 네트워크 구축비, 시설 개선비 등 연간 6천만원(국비 70%, 지방비 30%)씩 5년간 총 3억원이 지원된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농업이 이제는 단순 농산물 생산업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중심, 가치 중심의 산업으로 변해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따뜻한 농촌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농업을 지속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청년들을 위해 귀농과 연관된 동시에 지역주민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으며, 청년들은 이 교육과정을 통해 농업 분야에 대한 트렌드와 지식, 정보를 얻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킨다.
2020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농업 거점농장 육성사업' 공모에도 선정돼 연간 2억원씩 3년간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경북도가 운영하는 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 '사이소'에서 해뜨는농장이 지난해 매출 6억3천만원을 올려 사이소몰에 입점한 상품수(8079개) 중 전체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입점 업체수는 41개이며, 경북 23개 시군 중에서는 영주, 청송, 안동 순으로 매출액이 높았다.
해뜨는농장은 당초 홍로·부사 재배에서 시작해 사과즙, 사과 타르트, 사과 마카롱 등 디저트 가공식품에 이어 사과머리띠, 형광사과 머리핀, 사과향 디퓨저 등 아이디어 소품까지 멘토·멘티가 함께 참여해 개발하고 있다.
청년창업농에 대한 청송군의 공격적인 지원도 돋보인다.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은 영농경력 3년 이하의 만18~39세 청년에게 연간 1천만원씩 3년간 지원해준다. '청년농부 육성지원사업'은 농업경영체에 3년 이내 등록된 청년농업인에게 창농비용 1천만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청년들이 떠나는 농촌에서는 역으로 귀농한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농업을 떠올리면 으레 연상되는 거대한 농지와 기계, 유통과 판매, 소득으로 이어지는 경제만이 전부가 아니다. 농사를 통해 약자를 돕고 사회를 지키는 개념인 사회적농업, '농사'와 '사회적'이란 생소한 조합이 만들어낸 청송 해뜨는농장과 청년농부들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최성고 / 신영숙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