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 민 - 서울대학교 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담배를 끊으면 살이 찌고 건강에 더 해롭다',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 흡연자들은 흡연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은 '아니다'이다. 살이 약간 찌더라도 흡연보다는 덜 해롭고 전자담배는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사람들은 흔히 건강관리는 40세 이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20~30대에 당면하는 여러 과제들 때문에 건강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금연이나 절주를 권하면 흡연과 음주가 사회생활에 필요하다면서 끊을 수 없는 다양한 이유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자주 본다.
오랜 기간에 걸친 흡연으로 인해 폐기종이 있던 체구 좋은 30대 중반 남자 환자에게서 이번 건강검진을 통해 고지혈증이 발견되었다. 주치의로서 당연히 금연을 권유했는데, 환자가 "선생님, 담배 끊으면 살찌잖아요. 지금보다 더 비만이 되면 심장에 오히려 안 좋은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금연에 도전했다가 금연 시작 후 증가하는 체중 때문에 금연을 포기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금연은 심뇌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비만은 그 반대인데, 금연 후 체중이 증가하면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어떻게 될까?
▣ 금연 실천이 건강에 더 이득
이 질문의 해답을 효과적으로 찾기 위해서 필자가 속한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 2002~2003년과 2004~2005년에 건강검진을 총 두 번 받은 40세 이상 남성 11만여 명을 대상으로 금연 후 체중 증가와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담배를 끊은 후 살이 찌더라도 계속 흡연을 한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각각 67%, 25%나 감소한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 결과를 본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팀도 "한국 의학자들의 이번 빅데이터 활용 연구가 금연의 심뇌혈관 질환 예방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으며, 국내외 언론에서는 "금연 후 살쪄도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인 줄어든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다른 연구에서는 금연 후 혈당이 조금 올라도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 따라서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금연했는데, 혈당과 뱃살이 늘어서 오히려 안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약간 체중이 늘더라도 지금 바로 금연을 실천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더 중요하다.
▣ 전자담배 의존도 NO!
흡연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폐를 끼친다. 심지어 간접흡연은 뼈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편이 집에서 흡연하는 경우 아내의 골다공증 위험이 올라간다. 부모의 흡연은 자녀의 아토피 위험도 높인다. 미래 배우자와 자녀의 뼈건강, 피부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금연이 필요하다.
담배를 완전히 끊지는 못하더라도 피우는 양을 줄이면 그래도 덜 해로울까 하는 질문도 종종 받는다. 흡연량을 줄이는 것보다는 금연이 가장 우선 권유된다. 아주 소량의 흡연을 해도 심뇌혈관 위험도는 꽤 높아지기 때문이다. 흡연량을 줄이면 일부 폐암 위험도가 약간 감소하기는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금연이 원칙이다.
일부 흡연자들은 금연을 결심하고서도 당장 담배를 끊기보다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꾼 뒤 서서히 담배와 멀어져보려 한다. 하지만 일반담배 금연을 유지한 상태에서 전자담배를 사용한 사람은 완전한 금연 상태를 유지한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31%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일반담배를 5년 이상 금연했던 그룹에서도 다시 전자담배를 사용한 경우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무려 70%나 높았다. 이는 일반담배 금연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 전자담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심뇌혈관질환 위험도가 크게 높아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흡연자가 전자담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일반담배를 완전히 끊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며 이미 일반담배를 끊은 사람은 전자담배 사용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근거는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산출된 신뢰할 만한 결과들이다.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올해에는 꼭 금연을 실천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