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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의 정직함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지향합니다" / 도라지조청 제조업체 고띄마실 이계자 대표

김지인 기자 입력 2024.02.06 09:25 수정 2024.02.13 15:11

↑↑ 이 계 자 △경북 성주군 대가면 출생(62세) △남편과 아들 △성주군우리음식연구회 회장, 한국자유총연맹 성주군지회 여성회 회원, 월항면 생활개선회 총무 등 △참외피클 제조 특허, 홍도라지 조청 제조 특허, 대한민국 향토식문화대전 학생건강증진개선요리경연 대상(보건복지부장관상),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 外 다수
ⓒ 성주신문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독자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작지만 강한 농업인을 의미하는 강소농은 지역경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지역 강소농의 대표주자 고띄마실 이계자 대표는 정직을 최우선으로 다양한 우리 농산물 가공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녀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본다.


 

▣ 최근 '자랑스러운 임업인 대상'에 선정된 소감을 말해본다면?

임업분야에 대단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상장 및 상금을 받게 돼 영광스러운 한편 어깨가 무겁다. 전체 21명의 수상자 중 유일한 여성 임업인으로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무척 기쁘다. 수상에 앞서 신경써준 성주군산림조합의 김재국 조합장과 배은아 상무, 노훈조 과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상의 무게를 잊지 않고 앞으로도 임산물 가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60이 넘은 나이에 상을 받았듯 다른 사람들도 동기부여 삼아 용기를 얻길 바라는 마음이다.

 

▣ '고띄마실'은 언제 설립했는가?

2014년 12월 대구에서 성주로 귀농한 후 약 3년간 방황하다 마음을 다잡고 성주군농업기술센터, 경북농민사관학교 등 농업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농산물 가공 및 창업교육 등을 수강하며 조청(造淸)에 대한 지식을 쌓았고 2017년 고띄마실을 설립했다. 고띄마실은 '보리를 띄워서 조청을 고다'는 뜻을 담았고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고향의 정을 살리고자 '마실'을 붙였다.

대표적인 상품은 약도라지로 만든 조청이다. 갈수록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한의학을 전공한 친구가 호흡기 질환에 탁월한 도라지를 추천했다. 생강과 모과 등 9가지 약제 배합과 9번 찌고 9번 볕에 말리는 구증구포(九蒸九曝) 기술을 알려줬다. 긴 시간 보리를 띄워 엿기름을 만들고 직접 재배한 도라지로 조청을 달인다. 3번, 6번, 9번 달인 횟수에 따라 색깔이 확연히 다르듯 오랜 시간을 거듭할수록 도라지 특유의 쓴맛은 사라지고 단맛만 남는다. 조청을 담는 병도 값싼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을 택했는데 품질이 우수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밖에 성주참외와 흑마늘, 생강으로 만든 조청, 레몬생강청, 황매실원액, 참외피클 등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을 통해 포장지 작업을 지원받아 홍도라지 조청스틱을 개발했다. 이따금 희망자에 한해 참외를 활용한 조청과 오란다, 피클 등을 만드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성주로 귀농한 사연은?

대구에서 요식업을 하다 믿었던 동업자이자 친구에게 속아 전 재산을 잃었다. 실패를 겪은 뒤 한동안 의욕을 잃은 채 겨우 살아가던 중 대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주와 상주 사이에서 고민하다 그래도 고향이 낫겠다 싶어 돌아왔다. 초반에는 잠도 얼마 못 자고 농사에 매진했다. 아울러 농업기술센터 내 농산물가공장을 통해 조청을 만들다 생산규모가 커지면서 대가면의 부지를 임차했다. 이어 사업을 확장하면서 재작년쯤 월항면 장산리에 공장과 창고, 자택 등을 마련했다. 현 위치는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쾌적한 공간으로 도라지를 찌고 말리기에 적합하다.

 

▣ 치열한 시장에서 고띄마실만의 차별화된 전략은?

땀방울의 정직함은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건강한 먹거리를 지향하며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하다 보니 자연스레 고객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낀 순간은?

천식을 앓고 있던 80세 넘은 어르신이 도라지 조청을 먹고 효과가 있었다면서 따로 전화가 온 적 있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객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좋은 말을 들으니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고 좋은 제품은 고객들이 먼저 알아보며 만족하니까 계속 좋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 '성주군우리음식연구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가운데 어떤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특화식품을 개발하고 향토음식을 연구하는 단체다. 경북도 내 각 시·군마다 운영 중이며 특히 성주는 참외를 이용한 시루떡, 비빔밥, 장아찌, 샌드위치 등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1년에 7회가량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요리교실을 운영한다. 어르신의 건강을 고려한 요리를 구성해 함께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며 기쁨을 나눈다. 앞서 지역축제 중 참외를 활용한 스무디와 아이스크림 시식부스를 운영한 바 있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일에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떡국 밀키트 100개를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쌀 100kg을 후원했으며 회원들이 합심해 달걀, 두부, 고기 등을 추가했다.


 

▣ 국내 가공식품산업 발전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가마솥에 달이는 등 원시적인 방법으로 가공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성은 유지하지만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위생문제가 우려되기도 한다. 찜기, 건조기 등 자동화 기계는 편리하지만 소규모 가공공장의 경우 선뜻 구입하기에 비용이 만만찮다. 우리나라 가공식품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생각해서 이들을 지원할 정책이 절실하다.

 

▣ 평소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일에 집중하느라 여유는 없으나 지인들끼리 모여 담소 나누는 것을 즐긴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차 한 잔 하면서 재미를 찾는다.

 

▣ 고마운 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고띄마실을 무리없이 잘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사촌언니의 도움이 컸다. 조력자 역할을 잘해준 언니 덕분에 외부에서 하는 교육도 듣고 봉사활동도 할 수 있었다. 건강이 최고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또한, 과거에 사기 당하고 궁핍한 시절 아는 언니들이 아무 말 없이 금전적으로 도와줬었다. 그들이 전한 믿음과 사랑을 본받아 약 3년 전부터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가구를 후원하고 있다. 앞으로 힘닿는 데까지 봉사를 이어가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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