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사설 칼럼

예수님을 누가 죽였느냐? (1) - 배태영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4.04.02 09:24 수정 2024.04.02 09:24

↑↑ 배 태 영 경희대 명예교수
ⓒ 성주신문

 

'예수를 죽인 자가 누구냐?' 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서 예수님을 죽인자가 로마인이냐 유대인이냐가 신랄하게 논쟁되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해답은 주어지지 않고 하나의 수수께끼로 남긴 채 그 영화는 막을 내린다.

멜 깁슨이라는 영화배우이면서 영화감독인 사람이 몇 년 전에 '예수의 수난'(The Passion of Christ)이라는 영화를 제작하여 시사회를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참관하여 질문을 마구 퍼부었다. "당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기록영화)냐, 예술영화냐? 이건 예술영화가 아니다. 피가 너무 흥건하지 않느냐? 무슨 영화가 이렇게 잔인하고 그렇게 피를 많이 흘리게 하느냐?" (실제로 영화가 상영될 때에 임신부의 관람이 금지되었다.)

유대인 기자 한 사람이 질문했다. "당신은 예수를 죽인 사람이 유대인이라고 은연중에 그것을 부추기려고 이런 영화를 만든 것 아니냐? 똑바로 대답해 봐. 유대인이 예수를 죽였느냐?"

이때 멜 깁슨은 조용히 대답했다. "유대인이 예수님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도 예수님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예수님을 죽였습니다. 내 죄가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았습니다"라고 했다.

예수님을 죽인 자가 누구냐?

성경상으로 보면 첫째로 가룟 유다이다. 그는 예수님의 신임을 얻어 열 세 식구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었지만 배은망덕하게도 은 30을 받고 소동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예수님을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앞장을 섰다.

둘째는 당시 유대교 지도자인 대제사장, 서기관, 바리새인, 사두개인 그리고 백성의 장로들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기성 체제와 기득권을 손상시키는 메시야를 거부했다. 민중을 선동해서 "로마 황제에게 세금 바치는 것을 금하고 자기를 유대인의 왕이라고 한다"는 정치적인 죄목을 씌워서 예수님을 빌라도 법정에 고발했다.

셋째로는 어리석은 군중이었다. 총독 빌라도는 유월절 특별사면으로 예수님을 석방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제사장과 장로들의 선동을 받은 무지한 군중은 살인강도 바라바를 석방하고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쳤다.

넷째로 예수님을 직접 십자가에 못박게 한 자는 총독 빌라도이다. 그는 유대인의 고소가 날조된 허위요, 예수님이 십자가형을 당할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가능한 한 예수님을 석방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유대 지도자들과 선동을 받은 군중의 압력에 의해 십자가형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누가 예수님을 죽였나?

일본 동경제국대학 경제학과의 야나이하라(矢內原) 교수가 3·1운동 때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조선에 가서 무엇을 보고 왔느냐는 학생들의 물음에 "일본의 헌병과 경찰이 조선 사람들에게 만세를 부르지 못하게 하니까 길가에 있는 돌들이 만세를 부르는 것을 보고 왔다"고 한 사람이다.

그는 우리나라 함석헌 선생과 함께 일본의 세계적으로 저명한 신학자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 밑에서 성경 공부를 한 사람인데, 일본의 한국 침략과 대륙 침략을 맹렬히 비난하다가 일본 대본영(大本營)에 의해 교수 자리에서 쫓겨났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동경대학 초대 총장으로 임명되어 많은 수고를 했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모든 교수들과 학생들로부터 크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어디를 가든지 손에 성경을 들고 다녔다. 교실에 강의를 하러 들어갈 때도 그랬다. 그런데 그 대학에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구모가와(雲川 )라고 하는 젊은 교수가 있었는데, 그는 철저한 무신론자로서, 야나이하라 총장을 인격적으로는 존경하면서도, 그가 항상 성경을 들고 다니는 데 대해서는 몹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성경이란 책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그가 담임하고 있는 학생들이 총장의 특강을 한 시간 듣게 해 달라고 졸라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총장에게 특강 신청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인 만큼 특강 내용을 과학도로서의 교양에 적합한 내용으로 해 달라고 특별히 요청했다.

그렇게 사전에 부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인생과 신앙'이란 제목으로, 내내 성경 속에 있는 이야기만 했다. 학생들은 늘 자연과학에 관한 강의만 듣다가 다른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가 재미있어 하며 중간 중간에 박수를 치기도 했다. 뒷자리에 앉아서 함께 듣고 있던 구모가와 교수는 총장에 대한 배신감으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총장실로 찾아가서 총장에게 항의했다. 사전에 그만큼 당부를 했는데도 과학적인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성경 이야기만 했느냐는 것이었다. 이때 야나이하라 총장은 정색을 하고 구모가와 교수에게 물었다. "군(君)은 도대체 성경을 몇 번이나 읽어 보았기에 성경을 비과학적이니 비합리적이니 하나?" (새까만 후배이므로 이렇게 해라체 말로 한다.)

성경을 몇 번이나 읽어 봤느냐고 다그쳤다. 사실은 말만 듣고 추측으로 한 말이지 구모가와 교수는 성경을 아예 읽지 않았었다. 그래서 성경을 읽어 본 적이 없다고 솔직히 말했더니, 총장은 책꽂이에서 성경 한 권을 뽑아 가지고 주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 성경을 한 번 읽어 보고 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라고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됩니다.)



저작권자 성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