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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진실과 법을 외면하지 않아야 할 때 - 하승수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5.01.07 09:24 수정 2025.01.07 09:24

ⓒ 성주신문

 

나라가 참으로 혼란스러운 때이다. 현직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내란을 일으켰다.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지만, 법리적으로 보면 형법상 내란죄에 정확하게 해당한다.

이것은 가치판단의 문제도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법을 정확하게 해석하면 같은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일부 법률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굳이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다 보니, 진실이나 법리까지 외면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내란죄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을 말한다. 형법 제91조를 보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권을 탈취할 목적만 국헌 문란의 목적이 아닌 것이다. 정권을 쥐고 있는 측이 국회나 선관위 같은 다른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도 내란죄에 해당한다. 이른바 '친위쿠데타'도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8. 관련해서 대법원이 더 구체적으로 판단한 내용도 있다. 대법원은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하는 것은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무장한 최정예부대를 투입하여 입법기관인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한 것은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 특히 헌법상 국회의 권한으로 보장된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못하게 하려고 군인을 투입한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내란죄의 요건을 충족한다.

이번 사태가 '폭동'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형법상 내란죄의 요건인 '폭동'은 가장 폭넓은 의미의 폭행이나 협박으로 보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그리고 1천500명 이상의 무장군인을 서울의 국회에 투입하고, 그와 별개로 또 다른 병력을 경기도 과천의 선관위에 투입한 것만으로도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치기에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또다른 병력들도 동원하려 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헌법상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도 안 되고, 국무회의같은 계엄 선포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심지어 국무회의 회의록도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비추어 보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위협적인 계엄포고령을 발표한 것만으로도 '폭동'에 해당할 수 있다. 계엄포고령에 위반한 국민을 '처단'한다고 표현된 것만으로도 국민들이 위협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니 법리상으로는 이번 사태가 '내란'인 것은 명확하다. 일부에서는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까지 2시간 조금 넘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지만, 그것은 사후적인 애기이다. 비상계엄을 추진한 측이 2시간만 계엄을 하려고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한 것을 보면 장기간의 내란을 획책한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명백한 사안을 갖고도 혼선이 초래되고 있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것을 넘어서서 왜곡된 얘기를 고의적으로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혼란을 수습하고 문제를 풀어가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백한 내란죄를 내란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국가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제1야당 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들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나 그것과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죄는 별개의 문제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신속한 재판을 주장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그러나 그것을 엮어서 현직 대통령의 내란죄를 비호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이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불편해도 진실을 외면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야 대화가 되고 소통이 된다.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진실과 법을 외면하는 일부의 타락한 전문가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국가의 근본을 뒤흔든 잘못을 덮고 축소하려고 하는 일부 정치인들에 휘둘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는 이 땅에서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권력자의 잘못이 문제이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권력자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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