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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호락호락하지 않은 주권자가 되자 - 하승수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5.02.04 09:33 수정 2025.02.04 09:33

↑↑ 하 승 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 성주신문

 

작년 12월 3일 이후 매우 혼란스러웠던 정치 상황이 2025년에는 수습되고, 국가가 안정을 찾기를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안정'이란 무엇일까?

'정치의 안정'은 정치가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고 당면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치의 존재가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가 계속 새로운 갈등만 일으키고,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문제를 악화시키기만 한다면 정치는 결코 '안정'될 수 없다.

한편 지금 한국의 상황을 보면, '정치의 안정' 없이는 '사회의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데, 위기에 대처하거나 위기가 낳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정치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는 달리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고, 강대국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제정세에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사람들이 안심하고 생활하려면 '전쟁'이라는 최악의 위험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초저출생 위기를 겪고 있다. OECD 국가중에 합계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오래전부터 저출생ㆍ고령화 얘기가 나왔던 이웃 일본도 합계출산율이 1은 넘는다.

이렇게 유례가 없는 출산율의 저하는 수도권 일극집중 체제와 무관하지 않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쏠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청년세대의 삶을 매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일극집중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를 분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농촌과 비수도권 중소도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공장이나 시설도 비수도권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비수도권에서 전기를 생산해서 수도권으로 송전할 것이 아니라, 전기 생산이 가능한 비수도권 지역으로 시설과 인구가 분산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전환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래야 사회의 안정이 가능하다.

'불안정해진 기후에 대한 대처'도 매우 중요한 의제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는 극단적인 기후양상을 낳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농민들이 농사짓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정치는 농업에 대해 무관심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대비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인구가 분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탈피하려면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지만, 비수도권의 농ㆍ어촌에서 발전을 하여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그것은 수도권 일극집중을 심화시키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재난과 테러, 사고 위협에도 취약하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정치는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전력망 특별법 같은 법을 추진하고 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망을 좀더 쉽게 건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국가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 이런 정책은 수도권 일극집중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초저출생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정쟁에는 골몰하면서 국가가 직면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에는 무관심한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탄핵 이후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도 네거티브 캠페인에 그칠 우려가 크다. 물론 내란이라고 하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 상황이니, 그에 대한 평가와 책임추궁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부딪힌 복합적인 위기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엉터리 같은 대책만 내놓는 '태만한 정치'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 태만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주권자들의 역할이다. 주권자들이 정당과 정치인들을 긴장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쉽게 표를 주지 않고, 쉽게 지지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관성에 의해 투표해서는 안 될 때이다. 주권자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지금의 정치에서 소외되고 있는 주권자들일수록 '이번에는 호락호락하게 표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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