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성주참외 수확기에 접어들었지만 부족한 일손을 메워줄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치가 지연되면서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북 성주군 성주읍, 초전면 등의 일부 농가는 지자체를 통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치를 신청한 후 지난 1월 말부터 인력을 기다려왔지만 2개월이 넘도록 배정받지 못하면서 영농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성주읍에서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2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했는데 1명도 오지 않았다"며 "주변 농가를 보니 이미 들어와서 일하고 있길래 성주군청에 문의해봤지만 '다음 주쯤 가능할 것 같다'는 말만 반복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단기간 일손이 필요한 농업분야에서 인력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로 성주군처럼 노동집약적인 참외농업이 중심인 지역에서는 농번기 인력난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성주군은 필리핀 아팔랏시·마갈랑시·로렐시·루바오시 및 라오스 통미싸이군 등의 해외 지자체와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인력을 요청했다.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총 1천450명의 계절근로자를 도입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순조롭게 입국해 농가에 배치된 반면, 필리핀 로렐시에서 들어오기로 한 인력 260명가량이 아직 입국하지 못한 상태로 전해졌다.
각 농가에 배정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성주군이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해당 국가의 담당부서가 인력을 선발하고 어느 농가에 배정하는지도 직접 결정한다.
이후 배정된 인력에 대해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의 승인을 받아야 최종적으로 입국과 배치가 가능한데 이러한 절차에는 통상 1~2개월에서 길게는 3개월 이상 소요돼 입국 일정이 늦어질수록 농가는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취재결과 로렐시 측은 인력을 보낼 준비가 됐다고 밝혔지만 필리핀 정부 산하 이주노동부(DMW)가 계절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와 급여 및 불법브로커의 임금착취 등을 문제 삼으며 허가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주군청 농정과 농촌인력팀 관계자는 "당초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입국을 요청했으나 '다음 주에 보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보내겠다는 구체적인 날짜든, 여건상 어렵다는 판단이든 확답을 받아야 농가에도 설명을 하고 필요할 경우 다른 지역에 인력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더는 기다릴 수 없어 3월 안에는 확실한 답변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아울러 필리핀 로렐시 측이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임시방편으로 NH농협은행 성주군지부가 운영하는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한 인력 연계가 이뤄지고 있으나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높은 인건비가 부담이 되면서 일부 농가에서는 이용을 망설이고 있는 처지다.
한편, 성주군은 장기적인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리핀, 라오스에 이어 베트남과의 계절근로자 협약 체결을 검토 중이다.
당초 올해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검토했으나 최근 베트남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협의 창구가 불분명해지면서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달 중순쯤 본격적인 협의가 가능하고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빠르면 올 하반기, 일반적으로는 내년부터 베트남 인력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농촌지역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수단이지만 국가 간 행정절차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되 행정적인 유연성과 예측 가능한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