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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 승 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 ⓒ 성주신문 |
농촌에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어느 지역에 가 보니, 행정에서 파악하고 있는 빈집 숫자와 마을 이장님들이 파악하고 있는 빈집 숫자가 다른 듯했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어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빈집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정확할까? 당연히 마을 이장님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 정확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빈집은 도시 지역에서도 늘어날 것이다. 이웃 일본은 이미 도시지역에서도 빈집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과제 중에 하나가 빈집 정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빈집을 정비하기 위한 대책은 누가 수립해야 실효성이 있을까? 도청이나 시청ㆍ군청에서 빈집 정비계획을 수립한다고 해서 빈집 문제가 해결될까?
빈집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속을 받은 자녀들이 여럿이고, 집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다. 문제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자녀들이 빈집을 팔거나 임대하게 만들려고 해도 아는 사람들이 가서 얘기를 해야 한다. 빈집을 활용하려고 해도, 동네 실정에 맞는 활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
농촌의 경우 빈집을 수리해서 귀농ㆍ귀촌인에게 저렴하게 공급하자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행하려면 빈집 소유주를 설득해야 하고 빈집에 들어올 사람도 찾아야 한다. 관리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지역을 잘 아는 주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 공무원들이 탁상에서 정책을 짠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빈집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지역소멸' 운운하면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대책을 쏟아내도 잘 먹히지 않는 이유는 지역과 마을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법은 지역을 잘 아는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단위'로 자치를 해야 한다. 농촌의 경우에는 마을 단위로 자치를 하기는 어려워졌지만, 최소한 읍ㆍ면 정도의 단위에서 자치를 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의 시ㆍ군만 해도 너무 넓다. 시ㆍ군 단위로는 주민참여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지방자치 모범국가라고 할 수 있는 사례들을 봐도 그렇다. 스위스, 독일 등 유럽대륙의 국가들과 미국 등을 보면, 농촌에서는 읍ㆍ면 정도의 단위에서 자치를 하고 있다. 중소도시에서도 자치가 활발하다. 지방분권도 우리보다는 잘 되어 있다. 이런 국가들의 특징은 '수도권 일극집중'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참여를 통해 자기 지역의 특성에 맞게 지역발전을 모색하면, 굳이 수도권 한곳으로 쏠릴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통합'이 아니라 '작은 단위'의 자치부터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으로 통합논의가 확산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지방자치단체 간의 통합도 부작용이 많아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미국ㆍ독일 같은 나라의 주(州)에 해당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 간의 통합은 더욱 신중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주민투표와 같은 절차도 없이 통합을 추진하려는 태세여서 우려가 매우 크다. 기초지방자치단체 간의 통합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였던 일본에서도 주민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오히려 지역 활성화에 마이너스가 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광역지방자치단체 간의 통합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면, 그것은 혼란과 갈등,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일극집중이 문제라면, 기업과 사람을 분산시키는 정책을 펴야 하지, 행정통합을 추진할 일이 아니다. 충남과 대전의 면적을 합치면 서울 면적의 14.5배에 달한다. 그 넓은 지역을 서울처럼 만들겠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그런 환상으로 졸속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나 지역 차원에서나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이 아니라 '작은 단위의 자치'부터 강화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주민자치회의 전면실시와 읍ㆍ면ㆍ동장 주민추천제같은 정책부터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선별적인 분권이나 특례보다는 보편적인 지방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 일극집중을 완화시키겠다면,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고 가는 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비수도권에는 초고압 송전탑만 세우면서, 행정통합한다고 해서 무슨 균형발전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