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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 희 국 대구경북서예협회 사무국장 |
| ⓒ 성주신문 |
전쟁은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덕환의 계획도 예외는 아니었다. 열심히 추진하던 10리길 신작로 공사는 전혀 진척되지 못했다. 오히려 포탄이 떨어지고 탱크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이미 시작된 공사마저 엉망이 되었다. 더욱이 경북도지사 조재천이 전쟁 중 퇴임하면서 난공사를 위한 예산 지원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퇴임을 앞둔 조재천 도지사를 만났을 때,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덕환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저씨, 전쟁의 폐허를 복구하고 도로를 완성하는 것만이 성주를 살리는 길입니다. 절대 좌절하지 마세요." 그 말은 덕환의 가슴에 묵직한 무게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군청과 도청을 오가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전쟁으로 인해 예산도 부족하고 지원은 어렵습니다." 한숨을 내쉴 때마다 그의 가슴은 더 무거워졌다. 그러던 중 해가 바뀌고, 조재천 전 도지사가 변호사 사무실을 접고 민주국민당 대구 달성지역 후보로 제3대 민의원 선거에 출마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조재천은 덕환에게 연락을 취했다.
"내 선거를 도와줄 참모가 필요합니다. 아저씨만큼 믿을 만한 사람은 없어요." 덕환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일가 친척이자 믿음직한 조재천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덕환은 선거 캠프에 합류해 두어 달간 조 후보와 함께 지역을 누볐다.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닌 결과, 조재천은 당당히 1등으로 당선되었다. 중앙 정치 무대에 입문하게 된 조재천은 덕환에게 말했다.
"아저씨, 이제 저와 함께 서울로 갑시다. 내가 할 일을 도울 수 있게." 그러나 덕환은 고개를 저었다. "내게도 꼭 이뤄야 할 일이 있습니다. 성주를 떠날 수 없습니다" 조재천은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럼 아저씨는 성주를 위해 애써주고, 저는 중앙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조재천을 떠나보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덕환에게 큰 기쁨이 찾아왔다.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아내의 출산 소식에 덕환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았다. "이제야 대를 이을 수 있게 되었구나."
본가보다 처가가 더 떠들썩했다. 딸 많은 집안에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은 온 마을을 흥분하게 했다. 장인어른은 누구를 만나도 자랑했고, 집실댁은 산모와 아기를 정성껏 돌보았다. 덕환은 아들의 이름을 짓기 위해 배 군수를 찾아갔다. 배 군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조서방의 아들이 장차 집안에 큰 기쁨을 줄 사람이 될 것이야. 이름은 희태가 어떨까?"
그렇게 덕환의 장남은 돌림자를 넣은 '희태(喜泰)'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이름에는 아버지 덕환의 집념과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덕환은 아기를 품에 안으며 다짐했다. '희태야, 너와 함께 성주의 새로운 길을 열겠다.' 전쟁의 상흔과 시련 속에서도 희망은 자라났다. 희태는 덕환에게, 그리고 성주에게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