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 보 용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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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은
고요보다 소란이 먼저였고
평온보다 버거움이
하루의 이름이 되곤 했다
달력 한 장 한 장에
한숨과 다짐을 함께 접어
우리는 버텼고,
때로는 흔들리면서도
끝내 하루를 건너왔다
비 바람이 잦았던 계절,
마음의 논밭에도
잡초처럼 걱정이 자랐지만
그 속에서도
살아야 할 이유는
끝내 말라버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아팠고
누군가는 떠났으며
남겨진 우리는
웃음보다 침묵에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저녁은 오고
불은 켜졌고
밥은 식지 않게 놓였다
이제 해는 서쪽으로 기울어
을사년은 긴 그림자를 남긴 채
천천히 문을 나선다
붙잡지 않아도
갈 것은 가야 함을
우리는 이미 배웠다
잘한 날도 못한 날도
모두 내 삶이었음을 인정하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조심스레 건네본다
다사다난했던 을사년아,
상처만 남기고 간 해는
아니었음을 나는 안다
견뎌낸 사람들로 인해
너는 이미
의미가 되었다
이제 다가올 한 해에는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더 안온한 날들이
우리에게로 오기를,
오늘은 그렇게
조용히 한 해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