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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지역 언론과 공공 데이터 연합뉴스와 KBS의 데이터 재활용 - 윤장열

이수영 기자 입력 2026.04.28 09:44 수정 2026.04.28 09:44

 

↑↑ 윤 장 열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전공 교수
ⓒ 성주신문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지식을 소수의 손에서 대중의 손으로 옮겨 놓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도 낳았다. 책의 대량 복제가 가능해지자 "누가 창작물의 권리를 갖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한 근대적 해답은 1710년 영국의 앤 여왕법이었다. 이 법은 저작권을 영구적 독점이 아니라 일정 기간만 보장되는 권리로 규정했다. 창작자를 보호하되, 보호 기간이 끝나면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환원해서 지식의 확산을 가능하게 하자는 철학이었다. 이렇게 저작권의 출발은 단순한 사적 보호가 아니라, 창작자의 권리와 공적 이용의 균형에 있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도 이 원칙은 유효하다. 다만 갈등의 형태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인쇄물의 복제가 쟁점이었다면, 지금은 사진과 영상 및 데이터가 논쟁의 중심에 있다. 특히 뉴스 콘텐츠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면서도, 민주주의 사회의 여론 형성과 시민의 알 권리를 뒷받침하는 공공재화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연합뉴스와 KBS의 데이터 재활용은 매우 상징적이다.

예를 들어, 연합뉴스는 자사의 사진과 기사 데이터를 엄격하게 저작권 체계 아래에서 보호하고 있다. 무단 복제, 저장, 배포, 전송은 물론 AI 학습 활용까지 제한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뉴스 콘텐츠의 상업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반면 KBS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내세우며 영상, 이미지, 그리고 오디오 자료 등을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오픈하고 있다. 하나는 시장 중심의 저작권 논리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 서비스 중심의 개방 모델이다.

문제는 지역 언론이 이 두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있다. 대부분 지역 언론은 인력과 예산의 한계 속에서 운영된다. 자체적인 촬영 인력이나 해외 취재망, 또는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충분히 갖추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국가 기간통신사와 공영방송의 자료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뉴스를 제공하기 위한 주요 인프라다. 그렇다면 연합뉴스와 KBS의 사진과 영상 데이터를 지역 언론이 사용하는 것은 공공재화의 활용인가, 아니면 상업적인 무임승차인가?

필자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지역 언론이 공적인 저널리즘 수행을 위해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폭넓은 공공 이용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지역 소멸과 정보 격차가 심화되는 시대일수록 지역 언론의 취재 역량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특히 중앙에 집중된 콘텐츠 자원을 지역사회로 순환시키는 일은 국가 미디어 정책의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수도권 언론만 데이터를 독점하고 지역 언론은 비용 부담 때문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이는 정보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중요한 전제가 있다. 지역 언론이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서 단순히 재판매하거나, 상업적인 전용에만 몰두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예를 들어, 공적 자원을 활용해서 광고 수익만 극대화하거나, 원자료를 가공하지 않은 채 유료 상품으로 재판매한다면 정당한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저작권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창작과 투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공공성과 시장성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대안은 흑백논리가 아니라 '이중 구조의 라이선스 체계'에 있다. 지역 보도, 교육 콘텐츠, 재난 정보, 공익 캠페인, 지역 민주주의 관련 콘텐츠 제작에는 무료이거나, 저비용의 공공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 반면 광고 수익형 상품이나 유료 플랫폼 판매, 그리고 데이터의 재가공 사업에는 합리적인 사용료가 부과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비용 분쟁이 발생했을 때, 독립적인 중재기구가 판단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국가 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구체화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지금보다 안정적인 공적 재원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면, 정치적 독립성의 확보는 물론, 공공 데이터의 접근 확대가 논의되어야 한다. 연합뉴스가 자사의 공공성 강화를 기치로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이제는 공공 데이터의 사회적 활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외형적인 구조는 국가 기간통신사이지만, 데이터를 상품화해서 이익을 거두는 시장의 유혹은 연합뉴스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21세기 저작권 논쟁의 핵심은 "보호냐 개방이냐"라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언론 기업이 여전히 자본주의 시장 질서에서 운영되는 한, 어떤 자산은 상품이 되고, 어떤 자산은 사회 전체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 이때 지역 언론은 민주주의의 주변부가 아니라 지역 공론장을 떠받치는 핵심적인 기반이다. 이들이 연합뉴스와 KBS의 공공 자산에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특혜가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적 투자다.

구텐베르크 이후 저작권은 언제나 창작자와 시민 사이의 균형을 고민해 왔다. 이제 그 균형의 중심은 종이책에서 데이터와 AI 학습 자원으로 옮겨갔다.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문제도 분명하다. 콘텐츠를 상품화할 것인가, 아니면 공공재화로 순환시킬 것인가.

이 물음은 단순히 기술 변화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구조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자동화 기술은 더 많은 재화와 정보를 저비용이나 거의 무료로 공급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러한 잠재력을 공공의 공유 자산으로 전환하기보다, 인위적인 희소성과 배타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생산은 풍요를 향해 나아가는데, 분배는 여전히 결핍에 머무르는 오늘날의 모순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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