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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건천 지나다가

이채근 기자 입력 2007.04.22 16:15 수정 0000.00.00 00:00

이태수

경주문단 시작노트

다시 건천 지나다가
ⓒ 경주신문사


이태수
매일신문 논설주간

꿈길에 보이던 맑은 눈의 청노루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며칠째 황사.
보랏빛 산이 저만큼 물러선 자리에
위태로운 검은 바위, 그 아래 흐르던 물도,
돌던 구름도 말라붙고 멎었다.
한반도에 봄이 다시 오는 동안
시샘 심한 바람이 산수유꽃을 지우고
목월 선생이 그 그늘에 앉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끌어안던
목련꽃들을 무더기로 떨어뜨린다.
그래 그래 그래, 그 무뚝뚝한 듯 다정한
경상도의 사투리도 때 이른 가랑잎처럼
굴러다니고, 짓이겨지고,
내 마음의 아물지 않는 상처들도
짓이겨진다. 굴러다닌다.
봄이 와도 봄이 오지 않는 이 한반도의
청노루가 안 보이는 이 봄날에는,

시작노트

경주로 갈 때마다 목월 선생이 아름답게 노래했던 건천의 ‘보랏빛 석산’에 눈길이 머물곤 한다. 길가에 자동차를 세우고 한참 바라볼 때도 없지 않다. 지금은 그 산 아래서 언제나 선비처럼 꼿꼿한 이근식 선생이 시의 밭을 정갈하게 갈고 계셔서 더욱 그럴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어지럽고, ‘심한 시샘’들 때문에 마음이 아플 때도 적지 않다. 어느 날 경주 가는 길 위에서 목월 선생의 시편들과 겹쳐져 마음에 비친 풍경, 그 안타까운 느낌 한 자락을 소박하게 떠올려보았다.

약 력

△경북 의성 출생(1947)
△‘현대문학’으로 등단(74)
△시집 ‘그림자의 그늘’, ‘우울한 비상의 꿈’, 등 9권 출간.
△대구시문화상(문학부문-86),동서문학상(96)
△한국가톨릭문학상(2000),천상병시문학상(2005) 수상.
△대통령표창(2004),매일신문 문화부장·편집부국장·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한의대 국문과 겸임교수, 대구시인협회 회장 등을 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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