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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사회종합

달처럼 생긴 ‘달뫼’ → ‘월산(月山)’

이채근 기자 입력 2007.04.22 17:03 수정 0000.00.00 00:00

버스조차 없는 오지마을

달처럼 생긴 ‘달뫼’ → ‘월산(月山)’
버스조차 없는 오지마을

내남면 월산1리(月山一里)

 
↑↑ 못-1
ⓒ 경주신문사 

내남으로 가는 도로가에 핀 벚꽃이 봄바람에 꽃가루를 흩날리면서 봄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벚꽃은 처음엔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분홍빛으로 물든다. 기린천변으로 새로 난 길을 달리면서 저만치에 보이는 경주남산과 오릉에서 삼릉까지 펼쳐진 벚꽃물결은 한 폭의 그림이다.

월산은 달 같이 생긴 둥근 산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달뫼’, ‘달미’라고 부르던 것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월산(月山)’이 되었다. 또 이 산에는 오래전에 도굴된 석실고분이 있는데 이 자리를 달집으로 삼아 불을 피우고 달맞이를 한데서 ‘달미’라고 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마을 앞산이 달월(月)자 형국이고 뒷산은 뫼산(山)자 형국이라 ‘월산’이라 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마을가운데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가면서 마을이름의 근거가 되었던 달미마을은 철거되고 마을주민 대부분은 이조2리로 이주했다고 한다.

 
↑↑ 못
ⓒ 경주신문사 

월산은 경주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언양방면으로 가다가 이조를 지나 봉계불고기단지를 눈앞에 두고 오른쪽에 펼쳐진 마을이다. 경주시청에서 18km, 25분 거리다.

고속도와 고속철 가로질러

마을 동쪽으로는 형산강 상류인 기린천이 흐르고, 이 거랑을 경계로 노곡리와 맞닿아 있으며 남쪽은 봉계에 이른다. 북쪽은 이조와 덕천에 잇대어 있고, 서쪽은 준주봉을 사이에 두고 안심과 이웃해 있다. 70년대에 건설된 경부고속도로가 마을 가운데를 갈라놓았고, 현재 한창 공사 중인 경부고속철도 노선도 못골마을을 가로질러 지난다. 좁은 골짜기에 위치한 못골의 앞산과 뒷산을 터널로 통과는 고속철도는 자연으로 만들어졌다는 못골못을 가로질러 고가로 지나간다. 고가철로 다리가 못 가운데 박혀있고, 현재 공사 때문에 못은 거의 메워진 채 공사길이 되어 있었다.

경부고속도로 동쪽 기린내 천변의 ‘갱빈마을’과 고속도로 서편 ‘못골’과 ‘너죽골’이 월산1리를 이루고 있고, 갱빈마을 남쪽, 즉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와 맞닿은 곳에 위치한 ‘재량’과 ‘미역내’가 월산2리를 이루고 있다.

월산1리는 3개 자연부락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63가구에 137명이 생활하고 있다. 경주최씨의 집성촌으로 현재 2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이 마을은 주로 벼농사에 의존하고 있고, 그 외에 단감 4,000주, 미나리 400평, 한우 80두를 기르고 있다. 마을의 최고 어른은 최해준(89 신호어른)할아버지로 솥에 삼은 건 뭐든지 다 잘 자신다고 한다. 술 담배까지도. 최근에 건강이 안 좋아 바깥출입이 어렵다.

자연으로 생긴 못

↑↑ 당목
ⓒ 경주신문사

못골 옛날부터 마을 한가운데 자연적으로 생긴 웅덩이가 있었는데, 웅덩이가 차츰 커져서 못이 되었다고 한다. ‘지곡(池谷)’, ‘지동(池洞)’, ‘제동(堤洞)’이라고도 한다. 경부고속도로 서쪽에 있어 굴다리를 통해 들어가야 한다. 마을회관이 이곳에 있다. (35가구)

동제 및 당목 이 마을은 해마다 음력 정월 대보름이 되면 동제를 지낸다. 당목은 마을 남쪽 냇가에 있는 300년도 넘었다는 땅버들나무로 시보호수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너죽골 여재(汝才)라는 큰 고개 밑에 있는 마을로 대나무가 많아 ‘여죽골(汝竹谷)’, ‘여재동(汝才洞)’이라고도 한다. 이 마을의 우물이 물맛이 너무 좋아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많이 난다고 한다. 옛날 한 노승이 이 우물에서 물 한 바가지를 마시고는 물맛에 감탄하고 앞으로 재주 있는 사람이 많이 나겠다고 했는데, 그 후부터 재주 많은 사람이 차례로 태어났다고 한다. 지금도 그 우물이 있다. 못골 뒷등 너머 북쪽에 위치한 너죽골은 지금도 대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기슭에 집들이 남향으로 늘어서 있었다. (14가구)

↑↑ 동네사람들
ⓒ 경주신문사

갱빈 기린천변에 마을이 생기면서 ‘갱빈’이라고 부른다. 사라호태풍 때 이미 이곳에 3집이 살았다고 하는 걸로 미루어 1950년대에 이미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기린내 서쪽 강변에 있는 마을로 넓은 양정들을 끼고 있다. (13가구)

임란 때 군사 진지

ⓒ 경주신문사


못골못 재량 서쪽에 있는 못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못이다. 나중에 조금 손봐서 일부(20%)는 둑을 막았다.
못골웃못 못골못의 위쪽에 있는 못. 아주 오랜 전부터 있던 못이다.
준주봉(峻珠峯) 절골 위쪽 봉우리로 임진왜란 때 군사들이 진주하여 진을 치고 있었다는 골짜기이다. ‘진지봉’, ‘진주봉’이라고도 한다.

지동재(池洞齋) 조선초기에 자헌대부 행 경상도 도관찰사, 사헌대부 대사헌을 지낸 영천이씨 송헌공(松軒公)을 기리기 위해 1993년 6월 22일에 지었다. 청마루 안쪽에는 송헌정사(松軒精舍)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둥근기둥을 사용해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가운데 2칸은 마루, 양쪽은 방을 배치했다.

↑↑ 고인돌
ⓒ 경주신문사

월산재(月山齋) 조선시대에 군자감(軍資監) 경주인 봉사(奉事) 최진망(崔震望)을 기리기 위해 을묘년(1915)에 지은 재실로 4칸 팔작지붕의 시멘트기와집이다. 옛날에 초가로 있던 것을 기와를 올렸다고 한다. 봉사공의 묘를 모신 봉사공산 아래에 있다. 마을주민들은 이 재실을 봉사공재실이라고도 부른다.
말똥뫼 아래못 서남쪽에 있는 산으로 모양이 말똥처럼 생겼다고 한다.
동메모랑이 재량과 못골 사이에 있는 칼등처럼 튀어나온 산으로 지금은 공장이 들어서 있다.
못갓비알 못 안쪽에 있는 산이다.
숫돌바위 낫과 칼 등을 가는 숫돌이 많이 난 산등성이로 못골 안쪽에 있다.

보쌈골이 도둑놈골짜기로

성지댁미땅 이 마을에 살던 경주최씨 부부가 한날한시에 죽어 한 무덤에 합장을 했다는 묘로 택호를 따 ‘성지댁미땅’이라고 한다. 못골못의 위쪽 밭에 위치한 이 묘는 대단한 명당으로 알려졌다.

구일고개 안심 구일마을로 넘어가는 못골 서쪽에 있는 고개로, ‘귀일고개’라고도 한다.
덕천고개 너죽골에서 덕천리로 넘어가는 고개다.
도둑놈 골짜기 못골에서 안심으로 넘어가는 구일고개 아래 골짜기로 본래 사람을 보쌈해서 업어갔던 골짜기라고 ‘업은골’이라고 불렀는데, 일제때 도둑이 주인한테서 쫓겨 도망가다가 이 골짜기에 이르러 죽은 후로는 ‘도둑놈 골짜기’라고 한다.
바밭골 윗못 안쪽 골짜기인데 연유는 모른다.
산숫골 너죽골의 북쪽에 있는 골짜기다.
절골 못골 서쪽에 있는 골짜기로, 옛날 이곳에 절이 있었다고 한다. 고속철도 터널 공사 때 발굴하여 주춧돌 등 절터로 확인되었다.
점골 흙으로 그릇을 만들던 토기점이 있었다고 하는 골짜기로, 못골웃못 서남쪽에 있다.
서당골 옛날에 서당이 있었던 골짜기로 못골 남쪽골짜기에 있다. 지금 고속철도 터널 공사를 하는 곳이다.
안골 마을 안쪽에 있는 골짜기로 임란 때 피난했던 골짜기라고 한다.
애장골 마을 앞산기슭의 음달로 옛날에 아이들을 묻었던 무덤이다.
점골들 점골에 있는 들.
물방앗거리 물방아가 있었다고 하는 길로 갱빈에 있다.
선돌배기 바위가 길게 서 있다고 ‘선돌바위’라고 한다. 옛날에 이 돌이 사람(임금)이 되려고 걸어가는데 할머니가 이를 보고 ‘돌이 걸어간다’고 해서 그만 그 자리에 섰다고 한다.

고속철 터널공사로 집 무너질 판

이 마을은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노인들이 병원이나 시장에 가려면 노곡까지 30분을 걸어 나와야한다. 경주에서 봉계로 가는 차를 이곳으로 잠시 경유하도록 조치하면 될 것 같은데 행정당국에서 선처했으면 한다. 나이든 어른들의 경우 병원에라도 가려면 여간 불편한게 아니라 애로사항이 많다고 한다.

또 고속철도 터널공사 발파작업 때문에 진동이 심하여 마을 전체의 집들이 대부분 금이 가고, 심지어 비가 새거나 붕괴가 우려되는 집들도 있었다. 마을의 벽시계는 죄다 고장 났다고 한다. 주민들의 피해가 많지만 시공업체인 대우건설 측에서 조치가 안 되고 있다고 한다. 또 이 마을은 오지인지라 위성안테나가 아니면 텔레비전이 안 나오고, 인터넷 전용선이 안 들어와 느려 애로사항이 많다고 한다.

이 마을 출신으로는 최해환(75 전 건천읍장), 황윤락(72 전 부산 대천리중학교 교장), 정호근(71 전 국회의원), 최경조(63 효부상 수상) 이주철(35 울산 변호사), 이홍재(38 인하대학 의대교수), 최정일(43 육군 중령) 등이 있다.

마을 안내를 해주신 최상범 이장님과 하윤순 부녀회장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날 40여명의 마을주민들의 점심을 제공해주신 이일우 노인회장님의 후의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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