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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사회종합

찔레꽃은 피는데

이채근 기자 입력 2007.05.20 11:52 수정 2007.05.20 11:55

교육칼럼

교육칼럼
찔레꽃은 피는데

5월이면 울타리를 가장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이 찔레꽃이다.
장미과에 속하는 것으로 자라면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엉키며 가시가 있다.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산야에서 흔히 피는 흰찔레가 있고 가정이나 관공서 담장에서 많이 보는 붉은 찔레가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요중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는데 노래만큼 사연도 많은 꽃이다.
우리 선조들은 일년 중 찔레꽃 필 무렵이 가장 가난한 계절이었다고 한다. 생각하기조차 진저리 나는 ‘보릿고개’라 불리우던 이 시기는 정말 찔레꽃 송이만큼 가난이 풍성(?) 했다는 것이다. 가난을 운명처럼 여기고 허기진 배를 쥐고 소처럼 묵묵히 일을 하며 봄날의 긴긴 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안쓰럽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다.

이 찔레꽃이 피기전에는 날씨의 변화가 심하고 봄을 시샘하는 이상 기온으로 기후가 고약할수록 빛깔은 더욱 곱고 탐스러워진다니 정말 묘한 일이다.

미국 시(詩)의 아버지라는 윌리암 브라이언트는 그의 시집 ‘자연의 소리’에서 ‘바람 심한 봄은 드디어 왔다. 바람·구름 변덕스런 하늘과 함께 나는 듣는다 그 바람 소리를’

봄의 문턱을 신호하는 요상한 날씨를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꽃샘, 잎샘에 헌 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처럼 일교차가 비교적 큰 계절이다.

대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남쪽에 봄소식이 상륙해서 산수유, 매화, 유채꽃이 만발하고 위도선을 따라 북상하고 있는데도 반도의 허리에는 아직도 늦추위가 남아 춘설이 분분하기도 한다. 겨울로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맹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심술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이러한 기후속에 살아온 우리의 조상들은 선비의 품성도 특이해서 일찍이 가난하고는 불가분의 연분을 맺고 잘 참고 견디어 온 국민이다.

돈 많고 권세 당당한 벼슬아치보다는 비록 낡은 의복일망정 기품있는 가난한 선비를 더 존경하고 흠모해 왔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사람마다 가난의 기준이 다소 애매해져서 가난을 정의하고 측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30~40년 전만해도 식생활만 어느 정도 해결되면 이미 가난에서 초월한 것으로 간주되었는데 오늘날에 와서는 그 차원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어느 초등학생의 일기장에서 나온 얘기의 한 토막은 우리를 정신없이 만들었다. ‘아버지의 사업이 그렇게 잘 되는 편이 아니라 우리집은 가난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작은 승용차를 타고 다닙니다’

욕심의 도가 지나치면 가난의 기준도 상승하나 보다. 도대체 이 아이가 본 가난의 한계란 무엇일까? 한번쯤 생각할 여유를 갖고 싶다.

지난해 또 한번 신경을 자극하는 신문기사가 있었는데 새파란 나이의 어느 의사는 월 수입이 600만원으로 ‘개업을 할 수 없는 가난’을 비관해서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자살의 원인이 이런 허황한 가난이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이렇게 어렵고 힘들었던 찔레꽃 피는 5월이 춘궁기인데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 시대는 이 고개를 어떻게 넘었을까?

우리 세대는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호롱불 밑에는 할머니, 어머니는 바느질하고 길쌈하고 힘든 농사도 다 손으로 지으셨다. 힘들고 불쌍하게 살아오셨던 조상님 시절을 생각하며 영광된 후손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할 일은 근면하고 검소하고 절약하며 위로 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애국애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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