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처럼 서울 나들이 할 일이 있어
서울에 올라가면
저희 놈들은
나를 시골에서 올라왔다 하고
서울 사람 저희 놈들이
마산에 내려올 일에
날 찾아내면
오냐 서울 촌놈이 내려왔구나 하며
마주보며 한 바탕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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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나라의 중심이 된지도 600여 년이 되었다. 당연히 모든 활동의 중심으로 '중앙'의 위치에 놓이고 그 나머지는 '주변'으로 밀려나 있다. 그렇다고 사람살이 자체가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내가 있는 곳이 곧 나의 중심이고 내 삶의 중심이며, 세계의 중심이다. 내가 없으면 서울인들 무슨 소용일까.....
우리는 이런 사실을 오래 잊고 살아왔다. 자연이야말로 생명의 근원이며, 자연 속에 사람들이 삶터를 일구어 온 농촌마을은 곧 먹고 사는 생명활동의 근본이다. 농촌이 있기에 서울이 있고, 농민이 있기에 서울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이 서울 친구를 두고 '서울 촌놈'이라 한 것에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다. 아주 쉽게 술술 써내려 간 이 시가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자기 삶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고 선 시인의 '당당함'과 '발상의 새로움' 때문이 아닐까.
( 배창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