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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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은 시인이 이 시에서 지적하지 않아도 사소한 일에 속한다. 사랑은 이런 사소한 것을 사소하지 않게 만들고, 들판에 피어난 작은 꽃에서조차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발견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랑은 헤어짐이 있을 때 무게를 얻어 절실한 것이 되고 상처를 통해서 깊어진다. 그래서 누군가 헤어짐은 사랑의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 했던가. '언젠가 그대가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사소한 자연현상들이 그대를 못견디게 흔들어 지금 내가 앉은 이 들판으로 불러낼 때쯤 사랑은 온전한 것이 되지 않겠는가.
(배창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