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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초대석

“앞으로도 힘들고 소외된 분들 위해 일해야죠” - 수륜면사무소 박대종 주민생활지원 담당

이성훈 기자 입력 2010.06.30 08:54 수정 2010.06.30 08:54

평생을 죽은 사람으로 지낸 사연 안타까워/진정 주민을 위해 일하자는 마음으로 시작

ⓒ 이성훈 기자

1934년 1월 대가면 용흥리에서 출생해 현재 벽진면 운정리에 거주하고 있는 이씨(77)는 1934년 7월 가족 구성원 사망신고 처리과정에서의 착오로 인해 77년 동안, 그야말로 한 평생을 사망자로 살아온 믿기 힘든 사연을 가지고 있다. 태어난 지 6개월만에 사망처리 됐기에 주민등록증이 없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을 단 한 번도 행사하지 못했음은 물론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가족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각종 연금 등 사회복지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이런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인 이씨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이가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수륜면사무소의 박대종(49) 주민생활지원 담당. 박 담당이 6개월 동안 노력한 결과 이씨에게 주민등록증과 함께 사회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선물했다. 이에 기자는 박 담당을 직접 만나 본 사연에 대한 얘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씨의 사연을 알게 된 계기는?
-처음으로 할머니의 사연을 접하게 된 것은 벽진면 운정리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제보를 통해서였다. 그 제보자가 어느 할머니에게 이런 사연이 있다고 내게 얘기를 해 준 것이다.

▲사연을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7∼80년 전, 그보다 더 오래 전이라면 이것 보다 더한 일들도 많았겠지만 아무튼 요즘 같은 시대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할머니는 살아있었지만 한 평생을 죽은 사람으로 지내야만 했고 국가에서 주는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정작 할머니 본인도 죽은 사람으로 살아온 것을 잘 알지만 그것을 어떻게든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80년에 가까운 세월을 포기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도 어떻게든 도와보자, 진정 주민을 위해 일해보자’라는 심정으로 할머니를 떳떳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만들어 드리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일을 진행하며 힘들었던 점은?
-2009년 12월부터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 관계자와 협의를 했지만 가족관계등록부를 얻도록 해 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도저히 혼자서는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가족관계등록관련 법무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지금까지 소외된 생활을 하다보니 전문인 대행 수수료를 마련할 수 없는 실정이었으며, 법무사 측에서도 무호적자 가족관계등록부 취득은 희박하다며 사건 대행 자체를 맡지 않으려고 했다.
여기에 77년 전에 사망신고가 된 사람이다 보니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이 진짜로 살아있다는 것과 살아있다 하더라도 본인이 맞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일을 마무리한 후에 기분이 어땠나?
-한 사람이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존재의 이유도 없이 그 누구에게 자신의 사정을 말 못하고 의지할 곳도 없이 정말 힘들게 살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인생을 똑같이 살아가리라고 알고 있던 할머니께 대한민국 국적과 함께 사회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 격이 됐으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주위의 반응은?
-글쎄다. 주위에서는 아직 이런 일이 있다는 것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일부러 주위에 알릴 필요성도 못 느낄뿐더러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에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닌 것 같다.

▲할머니는 뭐라고 하셨는지?
-태어나자마자 무적자 신세가 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지만 죽기 전에 주민등록증이란 것을 가져보고, 이제야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며 기뻐하셨다. 또한 새 가족관계증명서를 보며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앞으로의 계획과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일을 좀 과감하게 하는 편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번 일을 맡아서 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힘든 분들이나 소외된 분들을 보면 많이 도와드리고 싶다. 내가 이 업무를 언제까지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께 한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까지 의료보험증도 없이 병원도 마음대로 못 가셨을 텐데 오래오래 사시면서 이때까지 받지 못한 혜택, 더 좋은 혜택들 많이 받으면서 사셨으면 한다.

◆프로필 △1962년 월항면 용각리 출생 △월항초·성광중·성주고 졸업 △벽진면·월항면·성주읍·용암면·수륜면사무소 근무 △농림부장관·경북도지사 표창 등 △부인 이상순씨와 1남 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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