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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생명만큼 꺼져 가는 생명도 중요합니다” - 우주봉의집 김영신 원장

이성훈 기자 입력 2010.09.16 09:29 수정 2010.09.16 09:28

살아있음이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해 드려야/많은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는 게 가장 큰 행복

ⓒ 이성훈 기자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 떨어져 있던 가족과 친지가 오랜만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전통놀이를 즐기는 등 뜻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통상적인 우리네 명절 풍경이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당신들의 자식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를 본다는 생각에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며, 연휴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 하지만 명절이 누구에게나 다 반가운 것은 아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외롭고 쓸쓸하게 명절을 맞이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어르신만 계시는 요양시설은 명절이란 말이 무색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이에 기자는 선남면 오도리에 소재한 요양시설 ‘우주봉의집’을 방문, 김영신 원장을 직접 만나 추석을 맞이하는 얘기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가?
-예전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많은 사회단체나 봉사단체에서 방문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원래 우주봉의집에는 기초생활수급 노인들만 생활하고 있었는데, 2008년 7월부터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노인들도 들어올 수 있게 됐다. 결국 제도가 바뀜으로 인해 보호자가 있는 분들이 시설에 들어왔으며, 그에 따른 방문 인원도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보람도 많이 느끼지만 그만큼 힘든 점도 있다. 기초생활수급 노인들만 계실 때는 우리가 보호자였고, 모든 것을 알아서 해 드렸다. 현재는 보호자가 있는 분들이 계신 만큼 그 보호자와 많은 것을 상의해야 된다. 또한 비용 문제 등 이런저런 일로 가족 간에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런 것도 우리가 중재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매달 일정한 시설비를 내야 하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아 돈을 잘 내지 못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 것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도 많이 든다.

▲기억에 남는 봉사자나 단체가 있나?
-성주에서 직장을 다니던 봉사자가 가장 기억이 많이 난다. 유방암에 걸렸지만 그 병을 이겨내고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우주봉의집을 찾아 봉사를 해 주셨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 드리고,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봉사를 할 것”이라고 하시던 그 분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집안의 어르신이 우리 시설에 계시면 자식을 비롯해 손자, 손녀가 다 같이 와서 가족봉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모습들이 참 보기 좋은 것 같다.
이 외에도 어르신들의 볼거리를 위해 공연봉사를 하시는 분들과 목욕봉사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며, 문양역 지하철공사 직원들은 페인트칠이라든지 힘든 일을 해 주시기도 한다. 이렇게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우주봉의집은 명절을 어떻게 보내나?
-생각하는 것만큼 쓸쓸하고 외로운 명절이 아니다. 여기서도 송편을 빚고, 차례를 지내는 등 정이 넘치는 그런 명절을 보낸다. 특히 우리 시설과 군부대 한 곳이 조손결연을 맺어 장병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차례를 지낸다. 당신들의 손자 같이 씩씩한 장병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다보니 많이 좋아하신다.

▲앞으로의 계획은?
-중환자가 많이 계신 만큼 밖에 나가고 싶어도 잘 못 나가시는 편이다. 그래서 산책할 수 있는 길이나 시설을 만들고 싶다. 또한 외딴 곳에서 홀로 지낸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지역사회,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비록 얼마나 더 오래 사실 지는 모르지만 살아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 드리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물품 후원도 아주 고마운 봉사지만 방문해 주는 것이 더 없이 좋은 봉사의 방법이다. 어르신들은 옆에서 같이 얘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신다. 봉사자가 다녀가면 기분이 좋으셔서 며칠 동안은 아프지도 않은 것처럼 지내시기도 한다. 마지막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행복은 그 대상이 누가 됐던 자주 보고 얘기하는 것이다.
태어나는 생명도 중요하지만 꺼져 가는 생명도 중요하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평생을 헌신해 오신 분들이다. 이제는 젊은 세대가 이분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 아무쪼록 이곳이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프로필 △1969년 구미 출생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졸업·교육대학원 교육대학 및 평생교육 수료 △현 (사)복지마을진흥회 교육국장·복지마을 대표·경북노인복지시설협회 부회장·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이사 등 △교육인적자원부 표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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