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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에게 전수해 이 맛 이어 나가야죠" - 전통음식 계승자 이필순 씨

이성훈 기자 입력 2011.04.28 09:28 수정 2011.04.28 09:26

20살 때 시작해 60년 동안 한 길/비법은 오로지 무공해 재료와 손맛

ⓒ 이성훈 기자

'고집'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버팀으로써 그다지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 단어이다. 하지만 고집도 고집 나름이다. 잘못된 생각이나 의견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고집을 부리는 것은 누구나 환영할 것이다. 바로 이렇게 꼭 필요한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 60여 년의 세월 동안 전통음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명인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대가면 유촌마을에서 유과, 한과, 약과, 폐백음식 등 전통음식의 맛과 멋을 계승,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이필순(77) 씨. 이에 기자는 이 씨와 이 씨의 비법을 전수 받고 있는 며느리 안순예 씨를 직접 만나 전통음식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통음식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
-내 나이 18살에 결혼해서 20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유과와 한과, 약과, 다식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종가 할머니가 만드시는 것을 구경만 하는 수준이었고, 시집와서 큰집 할머니가 만드시는 것을 눈으로 보고 익히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만드는 방법을 직접 얘기해 주거나 지금처럼 실습의 개념으로 가르쳐 주신 분은 아무도 없었으며, 오로지 눈으로 본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 보기 시작한 것이다.
20살부터 시작해 올해 내 나이가 77살이니 6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이 음식들을 만들어 왔다.

▲굳이 이 음식들을 고집한 이유는?
-처음 이 음식들을 만들 때 특별히 배운 게 없기 때문에 어른들이 '과연 잘 만들 수 있겠나'하는 생각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음식에 대한 감(感)이 있었는지 곧잘 만들었으며, 그 소문이 주위로 퍼져 결혼이나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소문이 성주뿐만 아니라 대구 등 다른 지역까지 퍼져 현재까지 이렇게 이 음식들을 만들고 있다.

▲주문생산과 판매를 하는 것으로 안다. 주문량은 많나?
-소득으로 따지면 연 2천만 원 이상 정도이다.
특히 설에 주문이 가장 많다. 이 시기가 연소득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주문이 많다. 그리고 결혼식이 많은 봄과 가을에도 주문이 많은 편이다.
다만 엿을 이용해 만드는 음식의 특성상 6월부터 8월 정도까지, 더운 시기에는 주문 및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소문이 퍼지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특별한 게 뭐 있겠나. 그저 주문한 사람들이 주위에 얘기하고, 또 얘기를 들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한테도 얘기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여기서 만드는 음식의 재료들은 거의 대부분이 직접 우리가 농사를 지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기름과 엿만 빼놓고 모든 것이 무공해로 직접 생산하는 재료들이다.
그리고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만 정성 들여 만들기 때문에 그 손맛을 찾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기도 하다.

▲시어머니의 비법을 많이 전수 받았나?(며느리)
-어머님과 같이 이 일을 한 게 만 3년째이다. 그래도 아직은 만들지 못하는 음식도 많다.
약과, 다식, 폐백음식은 어느 정도 만들 수 있는 수준인데 유과는 아직도 많이 어렵게 느껴진다. 어머님도 아직 한 번씩 유과 만들기를 실패하는 경우도 있으니 나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다만 내 나이가 있는 만큼 현재로선 80살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 이후로도 내 건강만 허락한다면 이 일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또한 며느리에게 내가 가진 비법을 전수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옆에서 내가 하는 것도 많이 보고, 많이 만들어 보는 등 끝없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나중에도 지금의 맛을 낼 수 있으니 말이다.(이 씨)
현재는 어머님이 시키시는 대로 보고, 배울 생각이다.
내가 어머님의 실력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따라간다고 해도 그 시간이 몇 년이 더 걸릴 지는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는 것이 지금의 우선 과제이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가 만드는 이 음식을 브랜드화 시킬 생각이다. 지금은 특별한 명칭 없이 만들고 있지만 추후에는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상품화할 계획이다. 남편도 옆에서 많이 도와준다고 했으니 큰 어려움 없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느리)

◆프로필 △월항면 출생 △우리음식연구회원 △남편과 3남2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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