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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13일 용암 복지회관에 점심 드시러 오세요" - 용암면 선송리 조용수 씨

이성훈 기자 입력 2011.05.26 09:00 수정 2011.05.26 08:51

라면보다는 따뜻한 밥 대접하고 싶어 시작 / 농사 짓는 동안은 쌀 기부, 식사 대접 계속

ⓒ 이성훈 기자

용암면에 장이 서는 13일이면 복지회관은 시끌벅적하다. 이날만큼은 관내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따뜻한 밥과 국이 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 1년 6개월 전부터 이렇게 용암 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정성스러운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99년부터 매년 추석이 되면 그 해에 첫 수확한 쌀을 불우이웃들에게 나눠주라며 면사무소에 기증까지 하고 있다. 이 미담 사례의 주인공은 바로 용암면 선송리에 거주하는 조용수 씨. 기자는 참외농사를 비롯해 축산업, 벼농사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조 씨를 직접 만나 쌀을 기증하고,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된 계기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쌀 기증과 식사 대접을 하게 된 계기는?
-쌀을 기증한 것은 1999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12년째이다.
그 당시 못 살고, 못 먹어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일단 면사무소로 기증을 하게 됐고, 면사무소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사정을 잘 아는 이장들에게 의뢰해 사정이 딱한 가정에 쌀을 전달하도록 했다.
나 역시 풍족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게 생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마도 쌀을 기부하게 된 큰 이유인 것 같다. 형편이 안 돼 못 먹어본 사람만이 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사 대접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장날이면 어르신들이 복지회관에 모여서 라면을 끓여 드신다는 얘기를 누군가를 통해 듣게 됐다. 그래도 라면보다는 밥이 훨씬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한 달에 두 번 점심을 대접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농번기이다 보니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 한 달에 한 번만 대접을 하고 있지만 8월이나 9월이 되면 다시 두 번씩 대접할 계획이다.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우선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입맛에 맞는지 남기지 않고 잘 드시는 편이다.
그리고 나 역시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직접 만든 밥과 국을 맛있게 드셔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이 좋은 일 한다고 많이 격려해 주시는 덕분에 더욱 힘을 내서 식사 대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보람을 느꼈을 때는?
-시장을 가거나 길을 지나가고 있는데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런데 내가 잘 모르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 대부분이 '선송리에 조용수가 아니냐…'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신다. 아마도 복지회관에 식사를 하시러 오는 분이거나 쌀을 전달받으신 분인 것 같다. 솔직히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고 뿌듯해지기도 한다.
아울러 식사를 대접하는 날 우리 부부를 도와주는 분들이 계신다. 적십자봉사단이 음식을 나르고, 청소 등을 도와주신다. 그리고 나와 집사람 친구들이 음료수나 과일을 사들고 와서 같이 돕기도 한다. 이렇게 도움을 주는 분들이 계셔서 더욱 힘이 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가 농사를 짓는 동안은 지금처럼 이렇게 식사를 대접하고, 쌀을 기증할 생각이다.
늘 바쁘고 시간에 쫓기며 살아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기쁨을 준다는 것이 너무도 좋은 것 같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나보다 어렵고 나이 드신 분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식사를 대접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쌀을 드릴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갈 생각이다.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식사를 준비하는 나의 아내에게 정말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군대에 가 있는 아들이 있다. 다음달이면 전역을 하는데 얼마 남지 않은 기간동안 몸 건강하게 무사히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으며, 큰딸과 막내딸은 열심히 공부해 꼭 본인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현재 복지회관이 협소한 관계로 면에서 구 마을금고를 수리해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할 계획이다.
매월 13일 11시 40분부터 1시 사이에 오시면 점심을 드실 수 있으니 좀 더 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

◆프로필 △1960년 수륜면 출생 △꼴망태 농장주, 74용우회장, 쌀전업농 총무(현) △한농연 용암면 부회장 역임 △군수 표창 등 △부인과 1남2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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