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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을 떠나면 누군가를 위해 쓰이겠죠" - 장기기증 신청자 여세동 씨

이성훈 기자 입력 2011.06.22 09:20 수정 2011.06.22 09:15

어디서 기증할지 모르는 사람 많아/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돕고 싶어

ⓒ 이성훈 기자

장기기증, 정상 장기를 다른 환자의 소생을 위해 기증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나의 장기를 기증함으로 인해 꺼져 가는 누군가의 생명을 되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도 장기기증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캠페인 및 홍보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런 장기기증에 누구나 마음 속으로 '내 장기로 절박한 누군가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으니 정말 좋은 일이구나'라는 생각은 많이 한다. 하지만 신청서 앞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명문화축제 기간 중 장기기증 신청이 이뤄졌다. 무려 98명이나 장기기증을 신청했다. 이에 기자는 신청자 중 한 사람인 성주읍의 여세동 씨를 직접 만나 장기기증을 신청한 계기 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2008년에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 각막을 기증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 때는 아픈 데만 신경을 썼고, 또 어디로 가서 어떻게 기증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에는 기증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생명문화축제를 보러 갔는데 때마침 보건소에서 장기기증 등록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곳을 보자마자 들어가서 크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장기기증 신청서를 작성했다.
경제적으로는 남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 그래서 내 몸이라도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누군가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됐다.

▲주변에 또 다른 기증자들이 있나?
-내가 아는 기증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장기기증을 해놓고도 얘기를 안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는 내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의 아버님께서 장기기증 신청을 하신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내 조카도 장기기증 신청을 해놓았다.

▲주변에서는 뭐라고 하나?
-나 역시 장기기증을 신청했다고 주변에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자녀들도 내가 장기기증을 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하지만 알게 되더라도 내가 원해서 한 일이므로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좋지 않은 편이다. 그에 대한 견해는?
-그렇다. 다들 좋은 일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쉽게 신청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장기기증을 했으니 당신들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기증에 대한 홍보는 할 마음이 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나와 남편이 그랬듯이 장기기증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헌혈처럼 눈에 잘 띄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서 장기기증 신청을 받는다면 더 많은 신청자들이 생길 것이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예전에는 비만이었다. 지금은 그 당시보다 살을 많이 뺐다. 물론 지금도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관절이 좋지 않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등산을 시작했으며, 식사시간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렇게 남편이 떠나고 남편이 하던 전업사는 텅텅 비어있다. 그래서 그 자리를 가만히 비워두는 것보다는 작은 식당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물론 지금은 생각만 하고 있다.
혼자 살아보니 혼자서 밥 먹는 것도 싫고, 배고픈 사람에게 대접하며 쉬어 가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 편이다.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작은 국수가게를 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우물 하나를 파주고 싶다. 장기기증은 내가 죽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것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꼭 해 보고 싶다.
그 외에는 성당에서 하던 봉사를 계속 할 계획이며, 정신보건재활센터에서 한글과 구구단을 가르치는 것도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 아들, 딸과 손자, 손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비록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항상 남에게 베풀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천주교 신자답게 믿음을 가지고 형제끼리 서로 아껴주고 우애 있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프로필 △1943년 벽진면 출생 △이야기 선생님, 노인대학 등에서 활동 중 △군수 표창(봉사상) 2회 등 △1남2녀와 7명의 손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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