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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사회종합

실현 가능한 꿈, 코리안 드림 제2편

이성훈 기자 입력 2011.08.08 11:34 수정 2011.08.08 04:32

다문화 가족, 그 생활상을 들여다보다

게재 순서
□ 다문화 가족, 또 다른 가족형태
■ 다문화 가족, 그 생활상을 들여다보다
□ 엄마, 학교 가기 싫어요
□ 국내 다문화 가족 지원제도 및 우수사례를 살펴보다
□ 다문화 가족,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코리안 드림, 희망이 절망이 되지 않도록



앞서 보도된 '다문화 가족, 또 다른 가족형태'에서는 다문화 가족의 의미와 배경, 그리고 성주지역 다문화 가정의 현황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봤다.
이에 실현 가능한 꿈, 코리안 드림의 제2편인 '다문화 가족, 그 생활상을 들여다보다'에서는 실제로 성주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족을 선정해 어떤 이유로, 어떤 경로를 통해 낯선 나라인 한국에 왔는지, 아울러 현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밀착취재 및 인터뷰 등 사례 중심의 보도를 하고자 한다.
특히 한국에 오기 전에 가졌던 기대와 현재 생활하며 느끼는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얼마나 큰지를 알아보며, 무엇이 그들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는지를 직접 다문화 가정의 생활상과 얘기를 통해 살펴본다.

성주군 다문화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현재(2011년 2월 기준) 12개국 270여 명의 결혼이민여성이 관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이 1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8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일본 26명, 캄보디아 20명, 필리핀 9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그에 따른 자녀의 수도 260여 명으로 나타났다.
본사 취재2팀은 관내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을 선정해 그 가족들을 직접 만나봤다. 단, 이름(가명 사용)과 거주지는 취재원의 요청에 따라 밝히지 않았다.

다문화 가족을 만나보다

타잉 씨의 올해 나이는 24세.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답게 앳돼 보이고, 비교적 작은 체구를 가진 베트남 여성이다. 하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이며, 남편을 도와 힘든 농사일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부부는 2006년에 결혼했다. 당시 남편 홍 씨가 33살이었고, 타잉 씨는 19살이었다. 대다수의 국제결혼이 그렇듯이 홍 씨도 국제결혼대행업체를 통해 타잉 씨를 만났고, 만난 지 10일도 채 되지 않아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으로 왔다.
홍 씨는 "내가 결혼할 당시 국제결혼에 드는 비용이 1천만 원에서 1천500만 원 사이였다. 지금도 이 금액과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지에서 맞선을 보고, 결혼식을 올려 혼인신고까지 하는 데 일주일 정도밖에 안 걸렸다"고 설명했다.
타잉 씨는 한국으로 오기 전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녀는 빈곤에 시달리는 가난한 생활이 싫어서 언젠가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가 여유로운 생활을 하며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그리고 홍 씨를 만나 결혼해 본인의 희망대로 한국에 온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많이 접했다는 타잉 씨는 "베트남 남자들은 술과 노름을 좋아하고 결혼하고 나서도 부인에게 잘해주지 않는다"며 "한국 남자들이 베트남 남자들보다 더 잘 생기고 다정다감해서 국제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부부는 그렇게 결혼을 하고 시간이 지나 현재는 5살과 6개월 된 두 아이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목적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 국제결혼

이 부부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처음 얼굴을 보고 결혼식을 올리는 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야말로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이 모든 게 진행된 것이다.
이렇다보니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고작 얼굴과 가족관계, 직업뿐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만무했기 때문이다.
혼기를 놓친 시골의 농촌총각은 '결혼'이 우선인 상황이고, 가난한 나라에서 빈곤하게 살고 있는 여성은 '돈'이 우선인 상황에서 두 사람이 만나 서로 다른 목적으로 결혼을 하게 된 셈이다. 중요한 것은 대다수의 다문화 가족이 이렇게 만나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다.
홍 씨는 "얼굴만 보고 결혼을 하게 되니까 상대방의 가정형편이 어떤지는 전혀 알 수 없다"며 "결혼 후에 남편의 경제적 능력이 본인 생각보다 낮아 친정으로 돈을 보내주지 못하게 되는 경우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또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들끼리 한 번씩 모임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이주여성들은 남편이 친정에 얼마를 보내고, 얼마나 자주 보내는지 얘기를 많이 한다"며 "본인보다 더 많이 보내준다는 얘기를 하며 우리도 그 정도로 보내주자고 얘기하면 속상할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 남자와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남편에 대한 사랑보다는 경제력 향상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언어 등 의사소통 문제, 시부모와의 불화도 다문화 가족 갈등의 주 요인으로 꼽히지만 행복하고 여유로운 삶을 선사하고 친정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던 한국에서의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음으로 인해 불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다문화 가족의 정착단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다문화 가족의 애로사항

다문화 가족의 가장 큰 애로사항을 꼽자면 단연 의사소통 문제이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만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5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타잉 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말도 모르고, 주위 사람 또한 아무도 몰라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타잉 씨는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홍 씨와 시부모님도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해 옆에서 많은 조언과 지도를 했다. 그리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실시하는 '찾아가는 한글교실'과 '방문교육사업'에서도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타잉 씨는 유창하지는 않지만 남편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까지 한국말을 구사할 줄 안다.
하지만 한국에 머무른 시간이 오래됐다고 해서 한국어 실력이 알아서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홍 씨는 "타잉보다 먼저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이 있지만 먼저 와서 살고 있다고 해서 한국어 능력이 더 뛰어난 것은 아니다. 교육을 받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며, 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우리말공부방 사업의 경우 우리말공부방은 주 2회(6시간) 진행되며, 찾아가는 한글교실의 경우 주 1∼2회(3∼6시간)로 실시하고 있다. 주 2회 수업이라고 해도 6시간은 한국어를 배우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그리고 센터에서 하는 교육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이주여성들은 참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리고 국적취득도 쉽지 않다. 이들이 준비해야 하는 서류의 종류가 많으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중계업자를 통해서 준비를 하면 비교적 쉽게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국적취득을 미루고 있는 가정이 대다수이다.
홍 씨는 어이없는 경우를 겪기도 했다. 다문화 가정에서 출산하면 출산장려금과 양육비 지원이 되는데 홍 씨는 첫째 아이 출산 후 그 지원금을 7개월 동안 받지 못한 것이다. "나도 그런 게 있는지 몰랐는데 친구가 얘기해 줘서 면사무소에 문의했다. 하지만 면에서는 그런 지원은 없다고 얘기했고, 오히려 내가 담당 공무원에게 이런 지원이 있다고 설명해 줬다. 그리고 군청에 문의를 해보더니 자기가 몰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로 인해 홍 씨는 70∼80만 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지 못했으며, 공무원들의 적극적이지 못한 업무태도로 인해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받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 씨 부부는 "행정적인 지원도 지원이지만 언어를 비롯해 한국 문화와 생활방식에 대한 교육도 다문화 가족들이 한국사회에 빨리 정착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애로사항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며, 적지 않은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 또한 그 자녀들은 학교에서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이른바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이에 이어지는 3편 '엄마, 학교 가기 싫어요'에서는 다문화 자녀들의 학교생활 및 교우관계 등에 대해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취재2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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