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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초대석

평생 '산'을 그리며 자연 사랑을 전합니다 / 자연생명문화촌 노춘애 화백

최행좌 기자 입력 2012.06.20 09:43 수정 2012.06.27 05:46

산과의 인연이 깊어 / 좋은 일에 동참하고파

ⓒ 성주신문
화가는 그림으로 스스로의 삶을 이야기한다. 산과 자연, 생명을 소중히 여겨 평생을 그림의 주제로 삼아 온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자연생명문화촌 촌장인 노춘애 화백이다. 자연생명문화촌은 폐교한 선남 문방초등학교를 개조해 노 화백이 작품 활동을 하는 곳이다. 최근 노 화백은 산악인 엄홍길 씨의 네팔 휴먼스쿨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산 그림' 기획초대전을 열었다. 아이들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면 이보다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다. 이에 기자는 노춘애 화백을 금주의 포커스 초대석으로 선정해 화가로서의 삶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산과의 인연이 깊어
좋은 일에 동참하고파

■자연생명문화촌을 소개한다면?
-폐교한 문방초등학교를 군에서 임대를 받아 열게 됐다. 우선 내 스스로가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아낀다. 땅에 일체 농약도 안치고, 비료도 뿌리지 않는다. 이곳에 자생하는 곰보배추, 비단풀, 강아지풀, 금낭화 같은 야생초들을 가꾸다 보니 여름철에는 반딧불도 구경할 수 있다. 자라나는 작은 풀 하나, 꽃 한 송이를 그대로 키워 내 자연생명문화촌이라고 이름지었다.
또한 매년 '한마당음악회'를 개최해 지역민들과 함께 교류하고 있다. 매회 500여 명 이상이 참석해 성황리에 공연이 개최됐다. 올해는 9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화가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있다면?
-재능을 제일 먼저 알아챈 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미술선생님이다. 당시 미술시간에 종이오리기를 했다. 미술선생님께서 나를 유심히 봤는지 그날 이후로 방학 때까지 석고뜨기 같은 작업을 했던 기억이 있다. 서툴렀지만 그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색칠도 했다. 그 길로 붓을 놓지 못하고 화가가 됐다.
중학교 때 미술선생님은 미술부 학생들에게 매주 길거리로 나가 그림을 그려오는 과제를 냈다. 당시 삼삼오오 모여 우리가 그림을 그려오면 작품 설명을 시켰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은 학교 옥상에 가서 그림을 그려오게 했다. 이렇게 고마운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린 시절 미술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했고, 그것이 밑바탕이 돼 화가가 됐다.

■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는?
-산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오른 기억이 있다. 그 시절 산에 있는 풀, 꽃, 나무를 좋아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됐다. 대학 시절 산악회 소속대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대구 여성 최초로 암벽을 타기도 했다. 1978년 '대구여성산악회'를 출범시키는 일에도 앞장섰다. 그만큼 산에 대한 애정이 깊다.
초기에는 사실주의 작품을 그렸다. 그러다가 지금은 추상주의 작품으로 변했다. 나는 평생을 끊임없이 산을 찾아 헤맸고, 산을 내 가슴 속 가득히 담아냈다가 비워내는 일을 반복했다. 그래야만 화폭에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까운 가야산이 내 놀이터이다. 틈만 나면 백운동 주변을 돌며 영감을 얻는다.

■최근 산악인 엄홍길 씨와 기획초대전을 연 계기는?
-산악인 엄홍길 씨와의 인연은 오래됐다. 1980년대 초 소속 산악회에서 동계 훈련으로 설악산에 갔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산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지금은 서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주는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그래서 이번 '산 그림' 기획초대전도 열었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엄홍길 씨는 휴머니즘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네팔 휴먼스쿨을 건립하고 있다. 최근 네팔 룸바니에 세 번째 학교 건립을 마무리했다. 휴먼스쿨 건립을 위해 보통 2~3억 원의 기금이 필요한데, 네 번째 학교 건립 기금마련을 위해 기획초대전을 열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동참하게 됐다.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무엇보다도 내면의 세계가 작품으로 표현됐을 때이다. 화가는 작품을 통해 내 안의 나를 표현한다. 작품 안에 내 분신과 혼이 담겼을 때 환희의 세계를 맛본다.
작업을 시작하면 내 안의 세계가 밖으로 표출될 때까지 밤낮으로 작업한다. 붓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화폭에 가득 담아내고 나면 세상 제일 부자가 부럽지 않을 만큼 행복을 느낀다. 이 맛 때문에 지금까지 붓을 놓지 못했다.

■지금까지 200여 회의 그룹전 및 전시회를 열었다.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아무래도 최근 성황리에 마친 기획초대전이다. 먼저 이번 전시회에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작품에 대한 평을 남겼다. 호평이든 혹평이든 평이 많다는 것은 작가에게 좋은 일이다.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가 특별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일주일 동안 친구가 회사 휴가를 내고, 전시회 일을 도와주기 위해 왔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꼬박 일주일 시간을 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힘든 일 마다하지 않고 전시회 내내 물심양면으로 내 곁을 지켜줬다. 이런 친구가 내 옆에 있다는 일이 행복했고, 친구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나를 위해 애써주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산에 대한 애정이 깊어 산 그림을 평생 그려왔다. 전업작가로서 새로운 작품을 화폭에 담아 선보여 드리는 일이 앞으로 남은 과제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주제는 산이었지만, 꽃을 알게 된다면 꽃도 그릴 예정이다. 기대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부산 양산에서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미주한인재단 박상원 로스엔젤레스총괄회장과 세계한인민주회 정광일 뉴욕사무총장의 초대로 '미국 110주년 기념 축제'에 초대전을 가질 계획이다.

◆프로필 △1952년 경남 함양 출생 △영남대 응용미술학과 졸업 △한국미술협회 초대작가, 노춘애 갤러리 대표, 자연생명문화촌 촌장 △총 14회 개인전,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성공기원 초대전 외 200여 회의 그룹전 △미주전지역·미주워싱톤 회장 감사패 수상, 미국 LA시장의 우정의 증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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