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인물 포커스초대석

성주경찰서 최초 전문수사관, 김원일 경위

이형동 기자 입력 2012.10.24 11:17 수정 2012.10.24 11:17

"후배들에게 경험 전수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하겠습니다"

ⓒ 성주신문

성주경찰서 수사과 김원일 경위가 성주署 최초 전문수사관으로 선발돼 지난 12일 전문수사관 인증서를 수여받았다.
전문수사관 제도는 경찰청이 경찰수사능력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강력범죄, 지능범죄, 사이버범죄, 과학수사 등 4개 분야로 구성됐다.
1992년 경찰에 입문해 수사 분야 베테랑 수사관인 김 경위는 평가시험과 업무성과 심사 등을 통해 전문수사관으로 인정받았다.
본지는 김 경위를 만나 전문수사관으로서 역할과 각오 등을 듣어본다. 【편집자주】

■ 성주경찰서 최초로 전문수사관으로 선정됐다. 소감은
빛나는 별 같은 선후배들이 있는데 최초라는 낱말이 주는 의미가 부끄럽다. 전문수사관이라는 자격이 생긴 지 6년 만인데 경찰입문 후 수사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온 경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쁨도 크다.

■ 전문수사관에 대하여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경찰청이 2006년에 경찰의 수사능력 향상을 위해 훈령으로 만든 제도이다. 수사 부서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쌓은 경험과 능력을 평가시험과 업무성과 심사를 통해서 객관화해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전문수사관 분야는 강력범죄, 지능범죄, 사이버범죄, 과학수사 등 4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고, 다시 13개 항목으로 세분되어 있다.

■ 전문수사관으로 역할이 기대된다. 각오는?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떠오르는 두 가지 각오가 있다. 첫째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능력이지만 지역민을 위해 정의롭게 사용하겠다.
둘째는 후배들에게 여러 기법을 전수해 더 많은 전문수사관이 배출되도록 하겠다.

■ 경찰이 된 계기는?
직업 군인 생활을 했었다. 젊은 혈기를 못 이겨 전역했는데, 사회생활 적응이 어려웠다. 개인회사에 입사했지만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작은 부정들이 불편했고, 세상에 찌든 상사들의 닳디 닳은 셈법이 만들어 낸 의롭지 못한 결정과 지시는 도저히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했다. '역시 내가 있을 곳은 조국의 품'이라는 생각을 하고 경찰에 입문하게 됐다.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지역민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큰 사건 보다 내가 수사경찰관으로서, 인간으로서 크게 성장하게 한 작은 사건이 있다.
어르신들 간에 벌어지는 말다툼이나 오해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죄에 대한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건들은 당사자들이 합의를 하면 바로 사건이 종결돼 공소권이 없어지게 되므로, 배당받은 경찰관들은 합의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감정을 상한 어르신들은 '내가 처벌 받더라도 끝까지 간다'며 결코 합의를 하지 않는다.

한 번은 그런 사건을 배당받아 두 어르신의 이야기를 정성껏 들었더니 "경찰이 내 이야기를 잘 들어 주어서 속이 다 시원하다"며 홀가분해 했다. 고소로 해결하기보다 화해하라고 했더니 정말 쉽게 합의가 됐다. 합의를 했다.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 보다 경청을 통해 인간을 이해함으로써, 송사보다 훨씬 근본적 해결이 가능했다. 죄를 밝혀 처벌하기에 앞서 인간을 이해하려했던 인본주의적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사건처리에 있어서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다.

■ 근무하면서 힘든 점이나 보람을 느낀 점이 있다면?
민원인들의 악기 돋친 말들을 듣는 것이 힘들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정신적 건강에 해를 입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꼭꼭 숨어 있는 범인들을 작은 흔적 하나로 추적해 일당을 검거하거나, 보이스 피싱을 당하고 억울해 하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회복시켜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정말 보람찼다.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 지, 그리고 삶의 철학은?
최대한 힘을 빼려고 한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내는 것이다. 가족들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같이 운동과 게임을 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나를 이끄는 훈(訓)은 '조국, 충성, 명예'이다. 아내는 무거운 짐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만들어온 정신이다. 그 짐을 지게 할 수 있는 힘은 일상의 소소함이 주는 '행복'이다.

■ 지역민에게 하고 싶은 말?
객관화 된 수치는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언급하고 싶지도 않은데, 다른 지역에 비해 성주는 고소가 많다. 지나고 보면 후회할 그런 고소가 남발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고소를 통해서 얻는 결과는 결코 속시원하지 않다. 한 발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나를 살찌운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프로필
△1963년 대구 △육군3사관학교 졸 △육군대위 전역 △교통조사계장 △경찰청상 표창 등 다수 수상 △부인 조민규 씨와 2녀


저작권자 성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