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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음악회는 유·무형 문화재 만남의 자리입니다" / 김종국 경북대 국악과 외래교수

최행좌 기자 입력 2015.03.31 09:20 수정 2015.03.31 09:20

↑↑ 김종국(사진 우측) 교수와 아내 김순덕(사진 좌측)씨.
ⓒ 성주신문
피리는 대나무 관대에 겹서를 끼워 입에 물고 세로로 부는 악기로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로 분류된다. 피리는 음색변화가 다양하고 표현력이 넓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우리 고유 관악기다. 한개마을 내 월곡댁에 살고 있는 김종국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피리 연주자인 동시에 무형 문화재 이수자이다. 특히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월곡댁에서 '휴(休)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에 지난 25일 김종국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휴음악회를 개최하게 된 계기와 한개마을에서의 삶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휴음악회에 대한 소개와 개최한 소감은?
휴음악회를 개최하게 된 본래 취지는 인근 왜관·대구에 있는 미군부대의 외국인들에게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한개마을은 성주군에 있기 때문에 지역민들은 자연스럽게 음악회를 즐길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유형 문화재인 한개마을과 피리 무형 문화재 이수자인 내가 만나 유·무형 문화재가 함께 공존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시작했다.
특히 선비음악을 그 중에서도 정악을 연주하고 들려줄 수 있는 음악회를 개최하고 싶었다. 정악은 옛날 궁중음악에서 선비들이 즐기기 위해 방중음악(방 안에서 즐기는 음악)으로 변형해 가져온 것이다. 지역에 그런 음악회가 없어 아쉬웠다.

■ 음악회 개최를 하면서 보람된 일이나 힘든 점은?
음악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갖고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충전의 의미로 시작했다. 음악회를 즐기면서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잠시 진일보하는 모습처럼 휴음악회는 에너지를 충전해 삶의 활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음악회 구성은 1부는 6개 내지 7개의 전통악기로 구성된 정악을 연주한다. 2부에서는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퓨전음악, 창작음악, 동요 등을 연주해 관객들과 소통한다. 3부에서는 여흥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옥을 무대로 대청마루에서 공연이 이뤄지는 만큼 고즈넉한 공간과 어울리게 음향과 조명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원음 그대로 연주하려고 한다. 날짜는 음력을 기준으로 춥지 않은 4월부터 11월까지 음력 열이튿날을 기준으로 한다.
보름달이 되면 달이 완전히 차 기울어지는 일만 남지만 보름이 되지 않은 열이튿날은 달도 일찍이 뜨고 아직 더 차올라야 하는 여지가 남아 있다. 음악회는 보통 저녁 7시에서 7시 30분 사이에 시작한다. 한여름에는 해가 길어지기 때문에 7시 30분에 시작하고 있다.
음악회를 자비로 마련해 진행하다보니 힘든 점이 있다. 음악회가 나 혼자 준비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음악회 중간 시간에는 소박하지만 찐 고구마나 감자, 삶은 밤, 국수, 떡 등을 준비해 내주고 있다. 집에 온 손님을 맨 입으로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을 준비하는데도 사실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주위에 계신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지인과 제자들의 재능기부로 공연이 이뤄지고 있어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 연주하고 있는 피리에 대해 소개한다면?
피리는 제례악, 궁중음악, 민간풍류, 민속음악 등 여러 장르의 음악에서 주선율을 담당하고 있다. 피리는 향피리, 세피리, 당피리가 있다. 향피리와 세피리는 방중음악을 할 때나 작은 공연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당피리는 당나라 때 사용한 피리로 우리나라 궁중음악과 종묘제례악에서 사용되고 있다.

■ 피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국립국악원에 대해 소개한다면?
오늘날 국립국악원에서 피리를 배운 셈이다. 1960년대는 시대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학비가 없는 국립이왕직아악부에 입학했다. 해방 이후 구황궁아악부로 존속하다가 1950년 국립국악원의 개원으로 그 맥을 이었다.
국립국악원은 조선조 중 상류층에서 애호되던 정악(正樂)도 왕조의 몰락과 신분제도의 붕괴로 크게 위축됐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연 형태를 통해 대중에게 파고들기 시작한 민속악에 밀려나는 위기를 맞아, 정악 애호가들이 정악의 융성을 통해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최초의 사설 음악기구라는 역사적 의의와 전통음악과 양악을 동시에 교육시키는 음악교육기관으로 평가된다.
또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비롯한 여러 국악 연주 단체에서도 전문 국악인을 수용해, 연주회를 통해 전통 음악을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국립국악의 체계를 완성하고, 후대를 위해 학문을 기록·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 선비음악(일명 방중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정악(正樂)이란?
5대 악기에는 피리, 대금, 가야금, 거문고, 해금이 속한다. 여기에 장고까지 들어가면 6대 악기가 된다. 일반적으로 피리 연주자가 태평소를 연주하며, 대금 연주자는 단소를 연주한다.
정악 또는 아악으로 혼용으로 사용된다. 선비음악은 본래 궁중에서 쓰던 음악을 차용해서 집에서 사용하던 음악이다. 사랑채에서 선비들이 모여 즐기던 음악으로 변모해 왔다. 개인적으로 마음의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고 수양할 수 있는 정악을 좋아해 즐겨 듣는다.

■ 한개마을의 자랑이라면?
다른 지역과 달리 한개마을은 세종대왕자태실과 연계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개마을은 다른 민속마을에 비해 개발이 늦고 그 가치에 비해 평가 절하돼 있다. 한개마을은 전국 8곳에 있는 민속마을과 차별화를 두고 개발된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경주 양동마을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후 마을 내에 식당, 상가,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원형 본연을 지키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개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인근에 음식점, 숙박시설, 워크숍 등을 현대와 문화재의 적절한 동선을 지켜는 일이 앞으로 한개마을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1980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우리 음악 알아보기'라는 주제로 제자들과 함께 동아 비둘기호·스타홀에서 정기적인 공연을 펼쳤다.
1990년부터는 후진 양성을 해오고 있다. 특히 대구 경북지역이 우리 전통음악에 대해 척박한 지역이다.
대구시립국악단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상임지휘자인 은사님과 15년간 함께 초석을 다져왔다. 앞으로 할 일은 후배들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이다.
특히 한개마을은 유·무형 문화재의 만남의 자리란 점에서 뜻깊은 의미가 있다. 이런 장소에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연주할 기회를 제공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소망이다. 음악회를 개최하기 위한 예산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음악회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김종국 교수 △1958년 서울 출생, 현재 월항면 거주 △현 경북대 국악과 외래교수 △경북대 예술대학 국악과, 용인대 대학원 국악과 석사 졸업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 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 △대구예술대 겸임교수 역임 △아내 김순덕씨와 1남2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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