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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사업과 가치관 - 강태욱

성주신문 기자 입력 2024.03.26 09:49 수정 2024.03.26 09:49

↑↑ 강 태 욱 한국한돈협회 성주군지부장
ⓒ 성주신문

 

우리나라 병원은 모두 비영리 단체입니다. 그래서 영리 목적을 가지고 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병원은 2012년 의료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환자를 유치할 목적으로 신문이나 TV에 광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병원이 비영리 단체가 된 원인과 의료기관의 광고 방법의 변천과정을 통해서 우리들의 가치관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제주도가 영리병원을 허가해주었다가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서 허가를 취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원희룡 도지사가 허가를 번복하면서 곤욕을 치루었지요. 그리고 요즘 국회의원 선거철인데도 그 어떤 후보도 영리병원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는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아직 영리병원은 표면적으로 용납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이 비영리 목적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딘가 모르게 이상스러운 것이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병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병원 관련법을 처음부터 만든다면 분명 영리병원이 만들어 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이처럼 비영리 병원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주된 가치관이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48년 나라를 건국하고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법을 제정하면서 병원 관련법을 비영리 원칙으로 하게 된 사회적 배경이 있었습니다. 현재와 너무 달랐던 그 당시의 사회적 환경이 병원을 비영리 운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주도권을 가진 그 당시 보수들의 생각도 병원은 비영리로 사업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이었지요.

이처럼 보수들까지 인명을 다루는 병원 사업은 돈벌이 수단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가치관을 확립하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사회적 요인들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중에서 가장 큰 영향은 식민지 환경에서 해방이 되면서 많은 것이 역전되는 시대적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보다는 조국과 민족을 위한 공동체 의식이 강화된 것이지요. 이중에서도 제도상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농지개혁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익을 중시하는 환경은 농지개혁을 통해서 더 공고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해방 직후 전체 농지의 65%를 천석꾼 만석꾼이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지주들은 성주 같이 넓은 땅들은 지역별로 분할 관리를 하는 대리인을 두고 많은 농지를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해방은 이런 대지주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한몫을 하면서 공공성 사업을 비영리화로 만드는데 견인적 작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농지개혁이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키는 데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선교할동을 통한 학교와 병원이 비영리 목적으로 개설되었던 것도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했던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런 사회적 배경이 비영리 병원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 보수들의 주된 가치관이 공공성 사업은 비영리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 비영리 병원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 보수 쪽에서 영리병원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보수의 가치관이 과거와 너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수 국민들도 자본주에 너무 노출되어 비영리 병원이 어떤 면에서 생뚱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고요.

병원 못지않게 비영리 목적을 둔 조직이 학교입니다. 학교는 병원보다 먼저 영리화가 진행되고 있어 보입니다. 특목고를 시작으로 자립형사립학교를 만들고 점진적으로 영리화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학교의 영리화는 보수들이 서서히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보수들이 공교육 강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이미 최상위 보수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과거에 만들어진 모든 공공성 사업의 영리화를 불쑥불쑥 주장하고 있는 것에서 그들의 생각이 학교의 영리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최상위 보수들은 병원, 학교, 통신, 도로까지 모두 영리화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지방의 보수들의 생각과 너무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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