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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사회종합

사라진 보랏빛, 성주 성밖숲 맥문동 개화 부진

김지인 기자 입력 2025.09.02 09:04 수정 2025.09.02 09:04

SNS는 활짝, 현장은 썰렁
기후위기 중장기 대책 필요

↑↑ 8월 중순에서 9월 초를 지나 한창 개화 시기임에도 성밖숲 맥문동 군락지는 잡초 속에 듬성듬성 핀 꽃들로 인해 보랏빛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 성주신문

성주지역을 대표하는 여름철 관광콘텐츠인 ‘성밖숲’의 ‘맥문동’이 올해는 제대로 피지 않아 주민과 내방객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보통 8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말쯤이면 성밖숲 왕버들 아래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맥문동은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고 사진작가들의 셔터소리로 숲을 가득 채우지만 올해는 그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맥문동 군락을 기대하며 성밖숲을 방문한 사람들은 예상과 달리 풀만 무성하게 자란 길을 걷다가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개화 부진을 두고 지역민뿐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주민 김 모 씨는 "맥문동이 잡초에 덮여 제 모습을 잃어버렸다"며 "성주에 살면서 이렇게까지 꽃이 피지 않은 모습은 처음이고,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차량 가득 타고 왔다가 맥없이 돌아서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반면, 최근 성주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공식 SNS에는 보라색의 맥문동이 절정을 이루는 과거사진이 게시돼 실제 풍경과의 괴리로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밖숲을 관리하는 성주군청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예년처럼 넓게 핀 맥문동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군데군데 피었다가 금세 져버렸고, 처음 개화한 구간도 이미 시들어 올해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서 갑작스러운 폭우와 지속적인 폭염 등 이상기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아침·저녁 시간대 위주의 집중관수, 상시인력과 용역을 통한 잡초 제거, 비료 적정투입 등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기후변수 앞에서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자체는 꽃이 눈에 띄게 핀 구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비교해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통풍이 잘 되거나 나무 그늘 아래처럼 상대적으로 환경이 나은 곳에서 개화가 더 원활했던 점을 토대로 향후에는 밀식된 구간을 솎아내고 식재 간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과도한 인위적인 개입은 오히려 생육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성밖숲 맥문동은 단순한 경관식물 이상으로 지역의 이미지와 연결된 만큼 생육환경 개선과 더불어 중장기적인 관리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이상기후가 초래한 생태변화는 비단 성밖숲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경북 성주군 수륜면 소재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의 벌개미취 군락지도 예년에 비해 꽃이 적게 피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앞서 초전면 뒷미지의 연꽃도 일부구간에서만 순차적으로 피고 져버려 예년처럼 광활한 풍경을 기대하긴 어려웠다는 평가가 있었다.

기후변화의 여파는 참외 주산지인 지역농업 현장에도 감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집중호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참외 수확을 예년보다 1~2개월 앞당기는 농가가 늘었으며, 병해충 증가와 생산기간 단축에 따른 소득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은 가운데 맞춤형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속되는 기후변화 속 자연이 보내는 경고에 귀 기울이며 지역실정을 반영한 대응책을 모색할 시점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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