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 희 국 대구경북서협사무국장 |
| ⓒ 성주신문 |
무주선 지방도 공사는 덕환의 손길이 닿을수록 윤곽이 뚜렷해졌다. 험준한 남티재를 넘는 봉두, 무학을 잇는 덕말리-말미동네 구간은 난공사로 악명이 높았지만, 그의 땀과 의지가 더해질수록 돌길은 평평해지고 길은 하나둘씩 열렸다. 산을 깎아내리고 흙길을 다지는 인부들의 손끝엔 덕환의 굳은 신념이 서려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손님이 공사현장으로 찾아왔다. 신혁확 전 부흥부 장관이었다. 젊은 나이에 장관직을 역임하고 대기업 운영 경험까지 두루 갖춘 그는 덕환과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조 선생님의 명성을 예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민간인의 신분으로도 이렇게 지역 발전에 헌신하시다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큽니다. 사실 제가 이번에 성주, 칠곡, 의성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 중입니다. 선생님의 지혜와 도움이 절실합니다."
덕환은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리한 눈빛과 단단한 목소리에서 신뢰가 묻어났다. 덕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관님 같은 분이 국회의원이 되신다면, 이 지역과 제가 추진하는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돕겠습니다."
9대 총선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신혁확은 당당히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신 의원은 가장 먼저 덕환을 찾아와 말했다.
"선생님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성주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덕환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 추석의 독대
추석을 앞둔 어느 날, 성주군청에서 신 의원과 덕환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공식적인 자리가 끝난 후, 덕환은 신 의원과 단둘이 마주 앉았다.
"의원님, 성주 지역은 철도도 없고 도로망이 열악합니다. 무주선 지방도 개통을 위해 지난 15년간 뛰어 왔습니다만 저는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 정도로는 성주군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덕환은 가방에서 청사진을 꺼내 펼쳤다.
"이것이 제가 준비한 계획입니다. 경남 고성에서 구미 선산구간과 대구, 성주, 무주, 전주를 거쳐 변산반도까지 연결하는 구간입니다. 이 도로를 성주를 중심으로 십자로 잇는 국도승격이 핵심 축이 될 겁니다."
신 의원은 청사진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대단한 구상입니다. 이런 계획이라면 국토 균형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겠네요. 제가 정부와 협의해 보겠습니다. 선생님이 준비하신다면 저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덕환은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렸다. "국도의 필요성을 담은 기획안과 지역민들의 서명을 모아 청원서를 만들겠습니다. 의원님께서 힘을 실어주신다면 이 일을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 서명과 청원, 그리고 도전
덕환은 곧바로 박경원 경북도지사를 찾아갔다. 그의 열정에 감동한 도지사는 추천서를 써주었고, 경남과 전라도 지역의 도지사들에게도 협조를 약속했다. 덕환은 지역의 유지들을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에 감화된 지역민들은 기꺼이 이름을 적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반드시 이뤄낼 수 있습니다!" 덕환의 목소리는 언제나 힘이 넘쳤다.
성주군 건설과의 서기와 함께 국도 계획안을 정리하며 밤낮없이 서류를 준비했다. 마침내 그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건설부, 경제기획원 등 주요 정부 기관에 청원서를 보냈다. 국회의장실과 각 도청에도 협조 문서를 전달하며 그는 전국을 종횡무진으로 누볐다.
· 혼자가 아닌 길
어느 날 밤, 덕환은 집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지역민들의 서명이 빼곡히 담긴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
"정말로 이 일이 가능할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나 책상 위의 서류는 그에게 답했다. 이는 단지 그의 노력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신뢰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덕환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혼자가 아니다. 이 길 위에는 지역민과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시도지사, 군청의 공무원들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
고심은 깊었지만, 그의 눈에는 새로운 도약을 향한 불꽃이 일고 있었다. 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덕환의 신념은 이미 그 길을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