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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 종 출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이사 |
| ⓒ 성주신문 |
농촌의 가장 큰 걱정은 이제 농사가 잘되고 못되는 문제만이 아니다. 사람이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줄고 학교가 작아지며, 마을의 가게 하나가 문을 닫을 때마다 농촌의 삶도 조금씩 작아진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더 이상 먼 산골마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성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성주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참외의 고장이다. 농업소득이 비교적 높고 대구와 가까우며 교통여건도 다른 농촌지역에 비해 나은 편이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다른 농촌지역보다 형편이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읍내를 벗어나 면 단위 마을로 들어가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젊은 사람은 줄어든다. 빈집이 생기고 작은 가게가 사라지며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부가 올해부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선정된 전국 10개 군의 주민들에게 매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고, 최근 추가 공모를 통해 7개 군이 더 선정되었다. 경북에서는 영양군에 이어 청송군이 추가됐다. 성주는 현재 시범지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단순히 "왜 우리는 빠졌느냐"는 섭섭함으로만 바라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농어촌 기본소득이 실제 농촌에서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지켜보고, 성주의 현실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로 삼아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의미는 단순히 주민 한 사람에게 매월 15만 원을 나누어 주는 데 있지 않다.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된 돈이 동네 식당으로 가고, 전통시장과 작은 슈퍼로 가며, 이발소와 약국으로 흘러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민 한 사람에게 지급된 15만 원이 지역 안에서 여러 번 돌면서 지역경제의 작은 혈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주읍뿐만 아니라 초전·벽진·수륜·가천·금수강산·대가·선남·용암·월항 등 각 지역에서 일정한 소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작은 식당과 가게, 전통시장과 생활서비스업에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인구가 적은 면 단위 지역에서는 매달 일정하게 발생하는 소비가 작은 가게 하나를 유지시키는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만 지급한다고 농촌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15만 원을 받는다고 청년이 곧바로 성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아이 울음소리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청년에게는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어르신에게는 가까운 의료시설과 편리한 교통이 필요하며, 귀농·귀촌인에게는 주거와 안정적인 소득 기반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농촌소멸을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라 여러 정책 가운데 하나의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
성주는 다른 농촌지역과 조금 다른 강점도 가지고 있다. 바로 참외라는 강력한 농업 브랜드와 대구라는 대도시를 가까이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강점을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농촌정책에 연결한다면 단순한 현금지원보다 훨씬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지역에서 지급된 돈이 지역 농산물과 전통시장, 음식점과 소규모 상점에서 사용되고 다시 지역 주민의 소득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형평성이다.
인구감소지역이라고 해서 모든 주민의 경제사정이 같은 것은 아니다. 농업소득이 높은 사람도 있고 하루하루 생활이 어려운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를 두고 모든 주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쟁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기본소득이 갖는 의미는 복지수당과 조금 다르다. 누가 가난한지를 가려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고, 주민 모두가 지역경제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가 관심 있게 보아야 할 것은 시범지역의 결과다.
기본소득을 지급한 뒤 인구감소 속도가 달라졌는가.동네 가게의 매출은 늘었는가. 폐업하는 가게는 줄었는가. 청년과 귀농·귀촌인이 늘었는가. 무엇보다 주민들이 "이 마을에서 계속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가를 살펴야 한다.
성주도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다음 사업을 기다렸다가 신청서를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지역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면별 생활여건, 빈집, 상권 변화와 청년인구 이동을 미리 조사하고 기본소득이 성주에 들어왔을 때 어떤 방식으로 지역경제를 살릴 것인지 구체적인 그림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성주만의 모델을 고민했으면 한다.
참외산업과 전통시장, 관광과 귀농·귀촌, 지역화폐와 소상공인을 하나의 순환구조로 연결하는 것이다. 돈을 나누어 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성주 안에서 돌고 돌아 다시 주민의 소득과 일자리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은 준비된 지역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앞으로 확대될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시범사업의 성과와 재정부담, 주민 만족도와 지역경제 효과를 충분히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성주도 기본소득을 달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먼저 묻는 것이 옳다. 성주에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사람을 머물게 할 수 있는가. 사라져가는 면 단위 상권을 살릴 수 있는가. 청년이 돌아올 작은 이유라도 만들 수 있는가. 촌을 지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참외가 아무리 유명하고 농업소득이 높아도 그 땅에서 살아갈 사람이 줄어든다면 지역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성주가 관심 있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양과 청송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보자. 잘된 것은 배우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면서 성주의 현실에 맞는 길을 미리 준비하자. 중요한 것은 매월 15만 원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그 돈으로 사람이 머물고, 장터에 손님이 생기고, 작은 가게의 불이 꺼지지 않으며, 마을에 다시 사람이 들어오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진정한 성적표는 지급된 돈의 총액이 아니다. 몇 년 뒤에도 그 마을에 사람이 살고 있는가. 성주가 지금부터 던져야 할 질문도 바로 그것이어야 한다.